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5 새말 새글 새넋
말은 늘 새로 태어납니다. 우리가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살림을 새롭게 누리거든요. 글은 언제나 새로 씁니다. 우리가 하루를 새롭게 열고 닫으면서 삶을 지으면, 이 삶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흐드러지니, 소복소복 태어나는 글감을 문득문득 옮겨요. 웃음으로도 살고 눈물로도 사니, 웃음말과 눈물말이 태어나고, 웃음글에 눈물글을 씁니다. 생채기나 멍울이나 흉허물을 드러낼 새말이 자라고, 이 모두를 담아낼 새글을 씁니다. 허물벗기를 마친 나비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벅찬 나날을 누리니, 굳이 애벌레일 적을 떠올리지 않아요. 나비살림을 오롯이 맞아들입니다. 나비가 숨을 다해 흙으로 돌아가면 헌몸을 내려놓고 새빛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느끼고 보고 생각하며 짓는 마음이 피어나요. 새삶길로 가는 동안 새이야기가 자라나고, 새말과 새글로 드러납니다. 그런데 모든 새말은 모든 옛말에서 비롯합니다. 새몸도 옛몸에서 비롯하고, 새잎도 옛잎에서 비롯해요. 오늘 여민 낱말책은 모레에 새로 낱말을 지을 적에 밑거름이 되고, 모레 새로 태어난 낱말은 새삼스레 추스를 낱말책에 깃들어 다시금 새로 지을 살림을 나타낼 새말을 이루는 밑바탕이 돼요. 새말·새글·새넋은 늘 한동아리가 되어 옛말·옛글·옛넋을 먹고자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