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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책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 스토리닷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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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쓴 책을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쑥스러워서 그만
한 해 동안 묵혔다
지난 2021년 여름에 태어난
《곁책》 느낌글을
스스로 써 보았다.
너그러이 읽고 살피면서
이 책을
곁에 품는 이웃님이 늘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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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들
― 풀꽃나무랑 숲이 곁책
《곁책》
숲노래 밑틀
최종규 글·사진
스토리닷
2021.7.7.
좋거나 읽을 만한 책을 꼽아 달라고 묻는 이웃님이 있으면 “온누리에는 좋은 책도 읽을 만한 책도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마주하면서 읽든 스스로 사랑이라는 마음이 되어 살림을 짓는 눈빛이 되어 숲을 생각하면 넉넉합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좋은 책’이나 ‘읽을 만한 책’을 알려주지 못합니다. 제가 알려줄 만한 책이라면 ‘사랑스러운 책’이나 ‘아름다운 책’이나 ‘푸른 책’입니다.
그동안 둘레에 이야기한 ‘사랑책·아름책·숲책’을 돌아보면서 《곁책》(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21)을 써냈습니다. 책이름처럼 “곁에 두면서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되새기고 가꾸도록 길잡이로 삼을 책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려는 줄거리를 담습니다. 《곁책》에서 다루는 책만 ‘곁책’일 수 없어요. 352쪽으로 조촐히 갈무리하느라 제가 곁에 두는 모든 책을 싣지는 않되, ‘이 책을 왜 곁책으로 삼느냐’ 하는 이야기를 펴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눈빛으로 살아가는 사랑인 터라, 다 다른 곁님을 만나서 다 다른 아이를 낳아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우리가 마음에 담을 곁책은 다 다르지 않을까요? 다 다르되 한결같이 만나면서 빛나는 대목이 있지 않을까요?
살림을 가꾸는 살림님으로서 바라보면 됩니다. 아이하고 노는 어버이로서 살펴보면 됩니다. 풀꽃나무를 사랑하는 숲님으로서 헤아리면 됩니다.
아이한테 기쁘게 물려줄 뿐 아니라, 아이 곁에서 소리내어 읽는 곁책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어깨동무하는 너그러운 품으로 온누리에 씨앗을 심는 상냥한 걸음걸이를 북돋우는 곁책으로 두기를 바랍니다. 배움책(교과서)이 아닌 곁책을 쥐기를 바라요. 돈책이나 이름책이나 힘책이 아닌, 사랑책하고 아름책하고 숲책을 곁책으로 가까이하기를 바라요.
생각은, 마음에 일으키는 빛입니다. 말은, 마음에 빛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짓는 소리입니다. 새롭게 나아가는 길을 스스로 밝히도록 이야기하는 곁책을 누구나 알아보기를 바라요. 맑게 노래하고 밝게 웃음짓는 오늘을 들려주는 곁책을 저마다 누리기를 바라요.
종이에 얹어서 묶는 책이 있다면, 하늘을 덮는 구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글씨로 옮겨서 엮는 책이 있다면, 제비하고 벌나비하고 풀벌레가 여미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가 펴는 이야기도 책이고, 우리가 보듬는 살림살이도 책입니다.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비질도 책읽기입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서 삶고 마당에 너는 집일도 책읽기입니다. 들길을 자전거로 가르며 저잣마실을 다녀오는 하루도 책쓰기입니다. 별빛도 햇빛도 꽃빛도 책처럼 읽고 글처럼 씁니다.
우리를 둘러싼 숨결은 모두 삶이니, 이 삶을 읽어 삶책이에요. ‘곁책’이라고 할 적에는 종이책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살림책도 아이책(아이를 돌본 삶)도 있으며, 바람책과 흙책도 있어요. 슬기로이 읽어 어질게 나누는 참한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에 곁책 한 자락이 태어납니다. 우리 손과 발로 우리 오늘책을 지어 봐요.
ㄱ. 오늘 이곳에서 어른으로서 즐겁게 읽고 곁에 둔 다음, 앞으로 어른으로 자라날 어린이가 나중에 곁에 두어 길동무로 삼으며 생각에 새롭게 꽃날개를 달도록 북돋우는 책을 이야기합니다.
ㄴ. 여러 곁책을 ‘삶책(인문책)’, ‘숲책(환경책)’, ‘그림꽃책(만화책)’, ‘그림책’으로 갈라 30가지 책에 서른 가지 살림길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날마다 쓰는 ‘책하루(책일기)’ 가운데 110가지 남짓 뽑아서 오늘길을 짚습니다.
ㄷ. 시골과 숲과 서울과 큰고장(도시)이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길을 ‘곁책’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려 합니다. 곁에 책을 두듯, 곁에 사랑어린 손길을 두고 슬기로운 눈길을 둡니다. 곁에 풀꽃나무를 두고, 곁에 어린이가 뛰놀 골목과 풀밭과 빈틈을 둡니다.
ㄹ. 오늘 한 벌 읽고서, 다음달에 두 벌 읽고, 철이 바뀌면 석 벌 읽고, 해가 바뀌면 넉 벌을 읽어, 다섯 해 뒤나 열 해 뒤에도 꾸준히 새롭게 새길 이야기를 곁책 한 자락에서 길어올립니다.
ㅁ.
곁에 두는 사랑, 곁사랑입니다.
곁에서 그리는 님, 곁님입니다.
곁에서 푸른 숲, 곁숲입니다.
곁에서 정갈한 글, 곁글입니다.
곁에서 싱그러운 말, 곁말입니다.
곁에 두고 새기는 다짐, 곁다짐입니다.
곁짝과 곁살림을 지으며 읽는 곁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곁님이요 숲빛입니다.
《곁책》
숲노래 밑틀, 최종규 글·사진, 스토리닷, 2021.7.7. 18000원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며 숲집을 가꾸는 넋으로 마흔 몇 해 곁에 둔 책입니다
시골에서도 서울이나 큰고장이나 숲에서도 함께 오롯이 사랑으로 읽을 책입니다
“모든 책은 숲에서 왔고, 우리는 누구나 숲”이라고 노래하는 눈빛에 책입니다
알차거나 뜻깊은 책도 안 나쁘지만 아름다우며 착하고 푸른 책을 아이랑 읽어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