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94 봐주다
우리말 ‘봐주다’는 한자말로 치자면 ‘용서 + 조력’입니다. 잘못이나 허물을 너그러이 토닥이거나 감싸고,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끼기에 돕거나 알려줍니다. 이 ‘봐주다’는 ‘보아주다’를 줄인 말씨요, ‘보다 + 주다’입니다. “보면서 주다”인 셈이에요. ‘보다’는 ‘돌보다·돌아보다’하고 맞물리고, ‘주다’는 ‘내주다·해주다’하고 맞닿으니, ‘봐주다·보아주다’는 어마어마한 숨빛을 품었다고 할 만합니다. 남이 나를 보아줄 수 있습니다만,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보아줄 노릇이에요. 우리 넋이 어떠한가를 스스로 보고, 우리 마음·꿈·사랑이 어떠한지를 스스로 알아보아야지요. 낱말 하나를 가만히 보기에 문득 뜻이며 쓰임이며 빛을 시나브로 깨닫습니다. 외워서는 뜻도 쓰임도 빛을 못 깨달아요. 언제나 물끄러미 보면서 익힙니다. 늘 차분히 보다가 차근차근 맞아들입니다. 봐주는 마음이란, 사랑으로 품겠다는 눈빛이지 싶습니다. 보아주는 손길이란, 사랑스레 토닥이거나 달래면서 함께하겠다는 몸빛이지 싶어요. 늘 쓰는 수수한 낱말부터 보아주기를 바라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할 말씨부터 봐주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사랑씨앗을 심는 낱말을 가만히 보고, 서로 이야기꽃을 지필 말씨를 즐겁게 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