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7.7.

오늘말. 잡치다


사랑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책이 있습니다. 끝난 책이라 할 텐데, 새롭게 사랑하는 손길이 있으면 다시찍을 수 있어요. 어쩐지 손길을 못 받고 미끄러지거나 주저앉는 책이 있을 텐데, 찬찬히 바라보면서 품는 손길을 받아 새로찍는 날을 맞이하곤 합니다. 처음부터 널리 읽힐 수 있을 테지요. 그만 잡치고 말아 엎어질 수 있을 테고요. 많이 읽히기에 잘난 책은 아니요, 적게 읽히기에 못난 책이 아닙니다. 저마다 다르게 눈길을 받으면서 저마다 이야기라는 씨앗을 한 톨씩 심는 책입니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며 상냥하게 웃고 “자, 흙먼지를 털고 일어나서 또 달리자.” 하고 속삭입니다. 폭삭 앉아도 되고, 씩씩하게 일어나서 바람을 갈라도 됩니다. 돌부리에 걸려서 쓰러지기도 하지만, 스스로 든든히 세우는 마음빛을 잃으면서 나동그라지기도 합니다. 큰일도 작은일도 없이 언제나 오늘이에요. 궁둥방아를 찧는다면, 아예 궁둥틀(시소)을 찧고 오르는 놀이를 해볼까요. 빗나가는 바람이 털썩 무너질 적에는 그저 드러누워서 하늘바라기를 해봐요. 빗물이 와르르 쏟아지며 우리 몸을 씻어 줍니다. 구름이 우르르 찾아들어 그늘을 드리웁니다.


ㅅㄴㄹ


다시찍다·다시하다·더찍다·되박다·새로찍다·거듭찍다·거듭하다·또·또다시 ← 재쇄(再刷)


망가지다·망그러지다·끝·끝나다·끝장·거덜·큰일·궁둥방아·수렁·틀어지다·폭삭·씨말리기·아작·자빠지다·잘못되다·잡치다·허물어지다·무너지다·쓰러지다·주저앉다·버리다·맞지 않다·날리다·깨지다·넘어지다·나동그라지다·뗠려나가다·미끄러지다·몹쓸·못난·못된·못마땅하다·밉다·싫다·보기싫다·꼴보기싫다·고약하다·고얀·빗나가다·엎어지다·와르르·우르르·털썩 ← 망하다(亡-)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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