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꽃 2022.7.4.

곁말 66 깃공



  몸을 쓰며 놀기를 즐기다가 글쓰기·그림그리기에 온마음을 쏟는 큰아이요, 의젓하게 몸을 쓰며 놀기를 즐기는 작은아이입니다. 한배에서 나왔어도 다른 두 아이를 바라보던 어느 날 ‘배드민턴’을 우리 집 마당에서 누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하고 언니랑 자주 배드민턴을 했어요. 혼자서 할 수 없으니 “하자, 하자, 같이 하자?” 하고 늘 졸랐어요. 아이들하고 읍내에 가서 ‘채’랑 ‘공’을 장만하는데, 두 아이 모두 처음인 놀이라 ‘배드민턴·셔틀콕’이란 영어를 못 알아듣습니다. “깃털로 엮은 공을 ‘셔틀콕’이라 하고, 셔틀콕을 서로 치고 넘기는 놀이를 ‘배드민턴’이라고 해.” 하고 말할 수 있으나, 뭔가 꺼림합니다. 깃털로 엮은 공을 왜 ‘셔틀콕’이라 해야 할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고서 두 아이한테 “깃털로 엮어서 ‘깃털공’이란다. 영어로는 ‘셔틀콕’이라 하지. 이 깃털공을 서로 채를 한 손에 쥐고서 치고 받으면서 넘기는 놀이라서 ‘깃공놀이’인데, 영어로는 ‘배드민턴’이야.” 하고 얘기합니다. 우리한테 채랑 공을 파는 가게지기님이 옆에서 듣다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아이들이 알아듣기 좋겠네요. 저도 그 말 써도 되나요?” 하고 묻습니다. 그럼요, 즐겁게 써 주셔요.


깃공 : 깃털로 엮어서 치고 받을 수 있도록 한 공. (= 깃털공. ← 셔틀콕)

깃공치기 : 깃공(깃털공)을 서로 치고 받으면서 넘기는 놀이. (= 깃털공치기·깃털공놀이·깃공놀이. ← 배드민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글은 오늘에서야 마무리를 하지만,

이 일은 여러 해 앞서,

아마 2018년 즈음?

고흥 읍내 배드민턴집에 가서

채랑 공을 사며 겪고 느끼고

주고받은 말을 바탕으로

새로 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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