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중의 청소년 한국사 특강 - 음식으로 배우는 우리 역사 10대를 위한 인문학 특강 시리즈 8
권은중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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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청소년책 2022.7.3.

인문책시렁 228


《권은중의 청소년 한국사 특강》

 권은중

 철수와영희

 2022.6.25.



  《권은중의 청소년 한국사 특강》(권은중, 철수와영희, 2022)을 읽고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첫머리를 “역사란 인간이 자연과 그리고 인간과 투쟁하며 써 내려가는 기록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인간과 자연을 알아야 합니다.(15쪽)” 하고 말하는데, ‘사람은 숲과 싸우며 살아왔다’는 말은 힘꾼(권력자) 눈길로 본 발자취이지 싶어요. 살림꾼(생활인·백성·민중) 눈길로 본다면 ‘사람은 숲하고 어깨동무하며 살아왔다’일 테지요.


  한겨레는 ‘쑥·마늘을 먹고 온날(100일)을 고요한 어둠에서 가만히 꿈을 그리다가 사람이 된 곰’하고 ‘온날을 살아내지 않고 달아난 범’이라는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옛이야기를 ‘숲과 싸웠다’란 눈길로 보면 속빛을 엉뚱하게 읽고 말아요. 한겨레 옛이야기는 ‘숲하고 어깨동무’란 눈길로 보아야 비로소 속빛을 가만히 알아챕니다.


  쑥은, 나물입니다. 마늘은, 남새입니다. 쑥은 숲들에 스스로 돋습니다. 마늘은 밭에 따로 심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은 ‘스스로 돋는 풀인 나물하고, 사람이 사랑으로 심어 가꾸는 풀인 남새’를 나란히 살피고 누릴 적에 살림을 새롭게 지으며 즐겁고 아늑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아무리 맛나거나 훌륭하다는 풀(나물·남새)을 먹더라도 스스로 ‘고요한 어둠을 품는 마음빛’이 없다면 망가져요. 무엇을 먹든 스스로 꿈(밤빛)을 그리고서 삶(낮빛)을 엮을 적에 사랑을 스스로 지핍니다.


  밥살림으로 발자취를 읽는다고 할 적에는 두 가지를 볼 노릇입니다. 첫째는 ‘쑥’으로 가리키는 나물(들숲바다를 꾸밈없이 받아들이는 길)입니다. 둘째는 ‘마늘’로 가리키는 남새(밭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는 길)입니다. 모든 밥옷집은 숲한테서 받지요. 모든 보금자리는 숲을 곁에 두기에 푸릅니다.


  숲을 멀리한 우두머리(권력자)하고 붓바치(지식인)는 숲을 몰랐을 뿐 아니라, 힘겨루기(권력투쟁·전쟁)를 하느라 사랑을 모릅니다. 숲을 품은 살림꾼은 수수하게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스스로 말을 짓지요. 옛사람(숲사람·시골사람)이 스스로 지은 말이란 사투리입니다. 그래서 ‘숲말 = 시골말 = 사투리 = 스스로 지은 말’입니다.


  글쓴이가 숲을 조금 더 살피려는 눈길이라면 《권은중의 청소년 한국사 특강》으로 짚을 이야기는 확 다르겠지요. 숲을 잊거나 놓치는 채 서울내기(도시 문명인) 눈길로 쳐다본다면, 쑥이며 마늘하고 얽힌 수수께끼도 엇나가기 쉽고, 곰이며 범이라는 이름에 숨은 실마리도 못 보기 쉽습니다.


  우리 옛사람은 ‘가싯길(지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우두머리하고 붓바치가 들들 볶아댔을 뿐입니다. 배움책(교과서)에 너무 맞추기보다는,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짚으면서 풀꽃나무랑 풀밥을 다시금 헤아려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웅녀가 끝까지 쑥과 마늘을 견딘 것은 조상들이 야생식물을 우리 밥상의 중요한 먹거리로 받아들이는 지난한 과정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43쪽)


군인의 주요 목표는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일과 함께 노예와 영토를 차지하는 정복 사업이었습니다. 또 피정복자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세금을 징수하고 노역을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72쪽)


1970년대 이전까지도 달걀은 어른 밥상에나 올리던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90쪽)


말린 조기가 굴비라는 이름을 가진 까닭은 아마도 말리면서 구부러지는 모습에서 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138쪽)


조선은 이런 땅을 고려 때처럼 권문세가가 독점하는 병폐를 막으려고 갯벌이나 강이 공유지라는 점을 《경국대전》을 통해 못박은 것입니다. 하지만 조선 후기까지 거의 모든 갯벌의 이용은 왕가를 비롯해 양반 세도가들로 집중되었습니다. (2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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