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6.29.

오늘말. 안 사기


다 다른 풀은 다 다르게 자라서 다 다르게 꽃을 피웁니다. 한 갈래로 여기는 풀이라 해도 똑같은 날 똑같이 자라거나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같은 갈래인 풀이어도 꽃이 저마다 다르고 꽃내음도 모두 달라요. 모든 풀을 고루 헤아린다면 향긋풀 아닌 풀이 없는 줄 깨닫습니다. 무엇은 좋고 무엇은 나쁘다고 금을 긋기에 풀빛을 잊거나 놓쳐요. 들꽃을 들님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이웃을 우리 둘레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상냥하게 마주하겠지요. 길꽃 한 송이를 투박하면서 곱게 쳐다보지 않는 마음이라면, 등지거나 내치거나 쳐내는 몸짓이라면, 그만 수수한 우리 모습을 도리도리하거나 고개돌리기를 하고 말아요. 굳이 뭘 사야 하지 않습니다. 안 사기를 해도 즐거워요. 돈으로 사들이는 살림살이가 아닌, 씀씀이를 끊고서 스스로 짓는 살림살이로 나아간다면 아름답지요. 마음부터 달래기로 해요. 싫음도 시샘도 녹이면서 기쁨이며 보람을 찾기로 해요. 더위라면 목을 축이면서 천천히 걸어요. 추위라면 몸을 덥히면서 뚜벅뚜벅 걸어요. 들판을 푸르게 덮어 싱그러이 일렁이는 풀꽃빛을 품는 풀사람으로서 오늘 하루를 사랑해 봐요.


ㅅㄴㄹ


향긋풀 ← 허브, 향초(香草/향기식물), 약초, 약용식물, 약풀, 방초(芳草)


손사래·도리도리·고개돌리기·고개젓다·안 사기·사지 않다·내치다·등지다·등돌리다·멀리하다·끊다·그만두다·끝내다·자르다·딱자르다 ← 불매운동


구경꾼·구경하다·보다·바라보다·쳐다보다·눈·귀·눈귀·눈길·사람·사람들·이웃·우리·들꽃·들님·들사람·풀님·풀사람·길꽃·시골꽃·투박하다·수수하다 ← 관중(觀衆)


축이다·마시다·씻다·풀다·털다·벗다·채우다·녹이다·눅이다·달래다·다독이다·생기다·얻다·개운하다 ← 해갈(解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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