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30.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설야 글, 창비, 2022.5.27.
실비가 뿌리고서 걷힌다. 살짝 가뭄을 적시듯이 덮는다. 봄비가 유난히 적어 봄열매는 하나같이 알이 작다. 서울(도시)에서는 비가 적은 줄 느낄까. 비가 안 내려 슈룹(우산)을 안 챙겨도 된다고 여길까. 옛날에는 비가 올 적에 비를 안 가린 줄 잊었을까. 비는 들이며 논밭도 적시지만, 우리 몸도 적신다. 바다에 몸을 담그거나 빗물로 씻을 적에 몸이 말끔하게 빛난다. 풀꽃나무는 가뭄을 탓하는 일이 없다. 숲은 언제나 이슬방울로 촉촉하다. 사람이 파헤친 곳만 가뭄에 고단하다. 사람이 땅을 자꾸 파헤치고 망가뜨리기에 비바람해가 흔들린다고 느낀다. 저녁나절에 작은아이하고 우리 책숲을 다녀오다가 꿩을 만난다. 꿩은 “나 좀 봐. 나 여기에 있어. 너희 곁에 늘 있어.” 하고 알려주는 듯싶다.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를 읽는다. 글님이 펴려는 사랑이 물씬 흐른다. 낱말 하나마다 스스로 사랑하려는 손끝이 만난다. 다만, ‘도착’이란 한자말보다는 ‘닿다’나 ‘다다르다’나 ‘오다’나 ‘이르다’나 ‘가다’라는 우리말을 쓴다면, 말결이 가없이 깊으며 너를 만하다고 느낀다. 우리 노래는 ‘우리 삶말’로 담아내기에 사랑으로 핀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써야 멋진 문학예술이 된다는 허울을 벗으면 누구나 아름노래를 부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