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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식욕과 나 5 - 픽시하우스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숲노래 만화책 2022.6.15.
만화책시렁 442
《산과 식욕과 나 5》
시나노가와 히데오
김동주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20.10.1.
우리가 사는 터전은 틀림없이 한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사람 곁에 사람이 있고, 사람 사이에 사람이 있어요. 모든 사람은 이이를 둘러싼 뭇사람 손길이며 숨결을 받으면서 자라나고 피어납니다. 혼자 모든 살림을 짓는다 하더라도, 어머니랑 아버지라는 ‘다른 두 사람’이 있어야 하고, 어머니랑 아버지도 저마다 ‘다른 두 사람’이 있기에 태어났어요. 《산과 식욕과 나 5》을 읽으며 ‘멧골순이(아웃도어걸)’ 이야기를 헤아립니다. 짝이나 무리를 지어 다니고 싶지 않은 아가씨는 늘 혼자 짐을 꾸리고 먹을거리를 챙겨서 멧골을 오르내립니다. 여느날에는 일터를 다니면서 돈을 번다면, 드디어 쉬는날에 모든 겉옷(사람들 사이에서 차린 겉모습)을 훌훌 내려놓고서 ‘멧골순이’란 새옷으로 갈아입고서 척척 멧길을 탑니다. 멧골순이는 멧길을 잘 타지는 않습니다. 빠르게 오르지도 느리게 걷지도 않습니다. 그저 멧골순이로서 제 걸음걸이를 헤아립니다. 꼭대기에 오르거나 등성이에서 쉬며 차리는 밥 한 그릇도 대단하거나 놀라운 밥이지 않아요. 혼자서 느긋이 누릴 한 끼니를 살펴 등짐을 멥니다. 홀로 누울 천막을 메고, 홀로 오갈 만큼 멧숲을 마십니다. 곰곰이 보면 멧자락에 ‘다른 사람’은 드물어도 풀꽃나무에 숲짐승이 있고, 해바람비가 있습니다. 네, 사람은 바로 풀꽃나무에 해바람비가 있어 비로소 사람입니다.
ㅅㄴㄹ
‘버스에서 내리고 7시간. 누구와도 만나지 않다니. 별일이네. 조용하고 평온하게 명상하는 것 같은 산행이었어.’ (42쪽)
“와아! 그렇구나! 잘 아시네요!” ‘오늘 아침에 저 능선을 걸어왔으니까요.’ (62쪽)
“그렇구나! 걸이 아닌데 걸이라고 말하면, 자기가 젊지 않은 게 도리어 확실해지고 마는 것 같은 거네.” “아, 나도 그런 시기 있었지.” “나도 좀 지나서 신경 쓰이지 않게 됐어. 도리어 요샌 아웃도어 걸이라고 불리는 쪽이 기뻐졌고.” “젊은이까 당당하게 아웃도어 걸이라고 해요!” (10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