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빛 2022.6.11.

숲집놀이터 272. 시사상식



  우리 집 아이들은 ‘설민석·용선생·박시백’ 같은 이름을 내건 책을 하나도 안 읽는다. 나부터 이런 책은 거들떠보지를 않는다. 마침종이(졸업장)를 거머쥘 생각이 없으니 부스러기(지식·정보)를 다룬 책은 덧없다. 모든 부스러기는 마침종이랑 맞물리고, 이 마침종이는 벼슬자리(공무원 임용)하고 큰일터(대기업 취직)로 나아가자면 거느려야 할 이야기일 테지. 아이들은 부스러기(시사상식)를 알아야 하지 않는다. 어른도 부스러기를 머리에 담을 까닭이 없다. 아이어른은 함께 ‘삶을 사랑으로 짓는 살림빛’을 노래하고 웃고 이야기하고 춤추면서 즐겁게 누리고 나누면 넉넉하다. 모든 부스러기는 다 다른 사람을 똑같은 틀에 맞추거나 가두려 한다. 모든 ‘삶·사랑·살림’은 다 다른 사람이 언제나 다르면서 새롭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스스로 밝히는 실마리이다. 부스러기를 잔뜩 끌어안기에 겉치레에 얽매인다. ‘삶·사랑·살림’을 품으니 삶을 사랑하는 살림말을 수수하게 쓰면서 서로서로 생각을 맑고 밝게 가꾼다. 서울에 빼곡하게 모여서 더 빠르고 크고 세게 돈·이름·힘을 다투어야 하는 자리이기에 부스러기(지식·정보·시사상식)를 높이 친다. 저마다 보금자리를 손수 일구는 숲에 깃드는 어질고 참한 어버이에 신나고 재미난 아이로 살아가는 길이라면 ‘삶·사랑·살림’을 온마음으로 돌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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