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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ㅣ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1
전성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평점 :
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26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전성호
실천문학사
2011.3.31.
글은 ‘풍경화’가 아닌데, 어느새 숱한 글이 ‘풍경화’로 뒤범벅입니다. 글은 말을 담아낸 생각씨앗이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말이란, 우리가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면서 일군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오늘이에요. 그래서 말을 옮긴 글이란, “구경하는 그림(풍경화)”일 수 없습니다. 말을 담은 글이란, “살아가는 그림(삶그림)”일밖에 없습니다.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를 읽는 내내 ‘구경그림’을 느낍니다. 글님은 틀림없이 어느 나라 어느 마을에서 삶을 보내고 일구는데, 이 삶을 그리기보다는 냇물 너머에서 뭘 구경하는 듯한 눈길로 글을 씁니다. 이 노래책만 구경그림이지 않습니다. ‘현대문학’이나 ‘시문학’이란 이름이 붙은 글이 죄다 구경그림입니다. 이런 문학도 저런 문학도 아닌 투박한 글이라면 삶글이자 삶그림으로 나아가고요. 왜 자꾸 문학을 하려고 들까요? 왜 구태여 문학이란 허울을 씌우려 할까요? 문학을 하지 맙시다. 글을 씁시다. 문학을 뒤집어쓰지 맙시다. 스스로 짓는 오늘 하루를 사랑하면서 고스란히 글빛으로 풀어내어 스스로 빛나는 이야기를 말 한 마디로 풀고서 글로 옮깁시다. 구경그림은 뻔하고 틀에 갇히며 따분합니다. 삶그림일 적에 웃고 울며 노래하는 빛살입니다.
ㅅㄴㄹ
빗방울 떨어지면 마음 허하다 / 빗발치는 들판 위 모든 것은 형제다 (雨/40쪽)
다 닳은 인조가죽 소파 하나가 / 중고 가구점 앞에서 그늘을 앉히고 있다 // 그림자를 다 밀어낼 때까지 / 낯선 얼굴로 기다리는 그대 / 저렇게 버려진 채 / 무연히 고가도로 밑 철골을 바라보겠지 (낡은 소파를 보며/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