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이다
문정희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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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6.9.

노래책시렁 235


《나는 문이다》

 문정희

 민음사

 2016.5.27.



  온누리 돌이가 아기를 몸으로 품어서 낳는다면, 돌이가 쓰는 글이 확 다르겠지요. 그런데 돌이가 아기를 몸으로 품어서 못 낳더라도,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나날을 보낸다면, 이러면서 ‘아기 낳은 순이’를 함께 보살핀다면, 돌이가 쓰는 글은 그야말로 다를밖에 없습니다. 아기는 혼자 낳지 않습니다. 아기는 사랑 없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터전을 돌아보면 아기 곁에 돌이가 안 보일 뿐 아니라, 아기를 낳은 순이를 보살필 줄 아는 돌이가 드뭅니다. 돌이가 아기를 돌보면서 곁님을 보살피자면 여느 때에 집안일을 늘 건사할 줄 알아야 해요. 어버이란 이름인 순이돌이는 함께 살림을 짓고 보금자리를 가꾸는 눈빛일 노릇입니다. 《나는 문이다》는 우리나라 순이가 걸어온 한켠을 들려줍니다. 순이는 왜 순이일까요? 순이는 어떤 숨결을 품으면서 빛나는 사람인가요? 돌이는 왜 돌이일까요? 돌이는 순이 곁에서 어떤 숨빛으로 어깨동무할 사람인가요? 아기는 어머니 사랑을 먹으며 자라고, 아버지 손길을 받으며 큽니다. 아기는 어머니 노래를 들으며 즐겁고, 아버지 춤을 보며 신납니다. 이제는 함께 바꾸어 가기를 바라요. 오롯이 사랑일 적에만 함께 있고, 사랑길이 없는 자리는 훌훌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한 달포 동안 / 골방에 갇혀 글만 읽었더니 / 전신에 털이 자라 몽롱하다 // 돈이 쓰고 싶다 / 무언가를 갉지 않으면 이빨이 솟아 / 제 입술을 뚫는다는 시궁쥐처럼 / 근질근질하다 / 나는 현실이 아니다 (뿔/22쪽)


대학 병원 분만실 의자는 Y자였다 /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 새끼 밴 짐승으로 / 두 다리 벌리고 하늘 향해 누웠다 // 성스러운 순간이라 말하지 마라 / 하늘이 뒤집히는 / 날카로운 공포 / 이빨 사이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 불인두로 생살 찢기었다 (탯줄/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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