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6.8.

오늘말. 둘째치다


모르기에 배우겠다며 나서고, 모른다면서 안 배우려고도 합니다. 알기에 새롭게 배우려 나서지만, 안다면서 더는 안 배우려고 손사래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너머를 바라보며 사뿐히 건너가는 사람이 있고, 할 일을 젖혀놓고서 슬그머니 건너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찬찬히 마치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아예 손을 놓고 몰래 넘어가는 사람이 있어요. 틀림없이 같은 말이지만, 한 끗으로 갈립니다. 스스로 서는 자리에 따라 마음이 다르고, 이 다른 마음으로 삶을 등지기도 하고 삶을 사랑하기도 합니다. 어느 길손집은 정갈하게 차린 덧살이칸을 마련하지만, 어느 길손채는 후줄그레하게 내버려둔 모둠칸을 둬요. 한터집을 꾸릴 적에는 더 마음을 기울일 노릇일 텐데, 어울칸이라는 생각을 잊는구나 싶어요. 모든 집은 우리가 누리는 마을이라는 대목을 둘째치고서 돈을 먼저 바라보는 탓입니다. 모든 말은 예부터 이모저모 헤아려서 짓습니다. 샘 같은 창자인 ‘샘창자’입니다. 하늘을 이루는 기운이라 할 바람이 드나들어 숨을 다스리는 ‘허파’입니다. 피가 돌면서 온몸을 환하게 열어 주는 ‘염통’이에요. 말마다 어떤 숨결이 흐르는가 하고 셈해 봅니다.


ㅅㄴㄹ


샘창자 ← 십이지장(十二指腸)


둘째·둘째치다·젖히다·내버리다·내버려두다·놓다·모르다·등지다·등돌리다·빼다·넘기다·넘어가다·건너가다·건너뛰다·-보다·나중·다음·그다음·이다음 ← 차치(且置)


-마다·-에·값·셈·-씩·얼개·틀·묶음·뭉치·마을·끗·낱·하나치·자·잣대·자리·자위 ← 단위(單位)


더부살이집·더부살이칸·덧살이집·덧살이칸·모둠집·모둠터·모둠칸·어울림집·어울집·어울칸·한터집·함집·함칸 ← 도미토리(dormitory)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