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1.


《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 글·정승희 그림, 창비, 2007.8.10.



바람이 고요한 아침이다. 볕이 좋다. 고욤꽃을 주워 혀에 얹는다. 해마다 이맘때에만 살짝 누리는 맛이다. 처음 고흥에 깃들 즈음 고욤꽃하고 감꽃을 주워서 먹을 무렵, 둘레에서 ‘고욤꽃·감꽃’을 갈라 주는 이웃이 없었다. 요새는 고욤꽃도 감꽃도 주워먹는 사람이 드문 탓일 수 있고, 먹을거리도 많은데 뭘 구지레하게 배고프던 옛날처럼 주워먹느냐고 탓하기도 하더라. 꽃을 먹기에 꽃이 되고, 잎을 먹기에 잎이 된다. 바람을 먹기에 바람이 되고, 해를 먹기에 해가 된다. 바다에 가면 으레 바닷물을 먹는다. 왜냐하면, 바다가 될 생각이니까. 《나 혼자 자라겠어요》를 꽤 오랜만에 새로 읽는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 읽힐 만한 노래꽃(동시)을 거의 못 보는데, 임길택 님 글을 읽힐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문학상·교과서 수록’이란 허울이 아닌 ‘아이어른이 함께 사랑하는 숲빛’을 바라보는 글꽃이 어쩐지 움트지 못하는 이 나라이다. 저녁에 큰아이하고 마을 어르신 마늘밭 일손을 거든다.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일했다. 큰아이는 따순물을 받아서 씻고, 나는 바깥에서 찬물로 씻는다. 저녁하고 밤에는 다시 바람이 훅훅 불면서 시원하게 보금자리를 감싼다. “이제 또 시원하네요?” “벼리 씨가 봄볕 듬뿍 먹었다며 살살 달래 주나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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