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수목원
한요 지음 / 필무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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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6.4.

그림책시렁 971


《어떤 날 수목원》

 한요

 필무렵

 2021.8.25.



  인천에서 나고자라는 동안 여름에 푹푹 찌는 집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한동안 살 적에도 시원한 날은 없었습니다. 전남 고흥에 처음 깃들 무렵에는 ‘겨울 없는 남녘 날씨’를 느끼며 ‘부채 하나로 아이들 땀을 씻겼다’면 ‘나무를 돌본 지 열 해가 넘어선 때’부터는 부채조차 없이 여름볕을 넉넉히 쬐면서 시원한 나날이에요. 요즈음, 마당하고 뒤꼍에 나무를 넉넉히 두른 살림집을 누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저는 아무런 바람이(선풍기·에어컨) 없이 삽니다. 바람이 아닌 나무를 품기로 했거든요. 나무가 지붕을 덮을 만큼 둘레에서 자라니 겨울에 포근하고 여름에 시원합니다. 다른 곳은 후끈거려도 ‘나무집’은 멀쩡해요. ‘나무를 밀어내고 부릉길에 잿빛집만 가득한 곳’이라면 불볕더위랑 불볕밤이 있어요. 《어떤 날 수목원》을 읽으면서 서울살이를 하는 이웃님 하루를 떠올렸어요. 겹겹이 쌓은 잿빛집(아파트·다세대주택)에서 살면 나무가 없는 하루입니다. 어느 잿빛마을에도 숲이란 없습니다. 숲을 고이 두면서 잿빛집만 따로 세우는 일은 없어요. 새로짓기(재개발)는 우람나무를 마구 죽입니다. 가지를 함부로 치며 나무를 괴롭히면 사람도 마을도 푸른별도 죽고 말아요. 먼발치 숲뜰(수목원)보다는 ‘보금자리숲’을 지어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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