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벼르고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다가

거북할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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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만원짜리 불량티켓 (2022.6.2.)

― 서울국제도서전 2022



  모든 나무는 처음에는 씨앗이었습니다. 모든 커다란 펴냄터(출판사)도 처음에는 조그마했습니다. 날개책(베스트셀러)를 거느린 글님·그림님도 처음에는 애송이나 풋내기나 병아리나 새내기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해마다 펴는 책잔치라면, 이제는 일본스런 한자말 ‘국제도서전’은 제발 걷어치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일본 한자말에 기대어 우리말을 버리는 짓을 일삼으면서 ‘책잔치’를 스스로 망가뜨릴 셈일까요? 이렇게 말하면 둘레에서 묻더군요. “이봐, ‘책’이란 말도 한자잖아?” “글쎄, 그럴까요? ‘책’을 ‘冊’으로 적으면 한자일 테지만, 우리는 ‘책’이라는 소릿결에 ‘채우다·챙기다’라는 낱말을 이루는 뿌리인 ‘채’로 읽어도 되고, ‘뜰채·잠자리채’처럼 ‘잡아채다’를 가리키는 ‘채’로 새겨도 됩니다. 소리는 같되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밝히고 빛내고 가꾸어 “우리 책”을 오롯이 우리말로 녹여낼 수 있습니다.”


  우리말 ‘생각’은 “새롭게 가려고 맺는 씨앗”을 뜻합니다. 모든 생각은 “마음에 새롭게 심는 씨앗”입니다. ‘생각 = 새로운 빛’이에요.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새롭게 마음을 가꾸는 사람입니다. 생각없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낡거나 고인 틀에 갇혀서 쳇바퀴를 도는 몸뚱이입니다.


  도란도란 ‘책수다’조차 못 하고 ‘북토크’밖에 못 하는 얕은 마음으로는 우리 스스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책을 짓는 살림빛으로 나아가지 않더군요. 어느 책이건 자랑거리일 수 없습니다. 자랑하려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내는 사람은 마음이 텅 비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심어서 생각을 훨훨 날갯짓으로 펴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책을 짓습니다.


  서울에서 대구 이웃님을 만나러 고흥에서 머나먼길을 목돈을 들여 나섰습니다. ‘종이쪽(티켓)’을 받으려고 일부러 ‘네이버 예매’도 안 하고, 책마을 이웃님한테서 ‘거저삯(공짜표)’도 안 받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 책잔치 아닌 도서전에는 종이쪽이 없고 ‘나달나달한 종이띠’만 달랑 하나 주는군요. 이런 “만 원짜리 불량티켓”을 파는 사람(주최측)은 책을 참으로 미워하나 봅니다.


  책잔치라면 ‘종이조각 하나에 아름답게 새겨넣을 글 한 줄에 그림 한 자락을 넣어서 가만히 건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책잔치는 ‘누리책(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펼치는데, 왜 종이쪽(티켓)이 없는지요? 책을 그만 미워하십시오.


  책수다 아닌 북토크는 너무 우람합니다. 잘난이(베스트셀러 작가)란 없어요. 열다섯 사람까지만 받는 작은 ‘수다판(강연장)’을 스무 군데쯤 꾸려서 작고 나즈막하게 책노래를 나누도록 바꾸기를 바랍니다. ‘유명작가 자뻑질’은 볼썽사나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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