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마음을 담는 읽기 (2022.6.2.)

― 서울국제도서전 2022 〈서재를 탐하다〉



  책을 왜 읽느냐고 누가 물으면, “오늘까지 어떻게 살아오며 무엇을 보고 느껴서 배웠는가 하고 돌아보면서, 이제부터 새롭게 맞아들여 하루를 노래할 이야기를 스스로 어떻게 가다듬으면 즐거울까 하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속삭이고 싶어서”라고 첫마디를 뗍니다. 곧이어 “내가 품고 사랑하는 숲을 한 손에 놓고, 이웃이 품으며 사랑하는 숲을 다른 손에 놓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하고 싶어서”라고 두마디를 뗍니다. “나부터 누려 보는 이 빛살 가운데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빛줄기로는 무엇이 있으려나 찾아보고 싶어서”라고 석마디를 떼고, “나는 앞으로 어떤 책을 어떤 숨결을 담아서 어떻게 짓고 나눌 적에 스스로 사랑으로 피어나려나 꿈을 그리고 싶어서”라고 넉마디를 떼어요.


  대구에서 마을책집 〈서재를 탐하다〉를 일구는 이웃님이 6월 1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펴는 “서울국제도서전 2022”에 함께합니다. 지난해하고 올해에 대구로 책집마실을 다녀올 적에 〈서재를 탐하다〉하고 〈읽다 익다〉에 들를 겨를이 안 났습니다. 대구로 찾아간 날은 두 책집이 닫는 날(요일)이기도 했고, 마침 여는 날에 대구에 깃들었어도 길흐름하고 안 맞아 다음으로 미루었어요. 이러다 문득, 대구도 고흥도 아닌 서울에서 만나 책길을 나누는 하루도 새롭겠다고 생각했어요.


  대구 〈서재를 탐하다〉는 ‘서탐·탐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이야기를 여미어 작은책을 일굽니다. 작은사람으로서 작은살림을 작은소리에 담아서 작은노래로 이웃한테 들려주는 작은손길입니다. 으리으리하게 집을 세워 으리으리한 책을 내놓는 ㅁ이나 ㅊ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너무 으리으리하고 많아서 외려 무엇에 눈을 두면서 마음으로 품을 만한가 잘 모르겠습니다. 탐프레스 분들은 손수 하나씩 깁고 여미어 《책 만드는 사람들, 100개의 말들》이라는 작은책을 꼭 온(100) 자락 꾸렸고, 이 작은책은 탐프레스 책을 한 자락 사는 분한테 하나씩 드린다고 하더군요.


  오직 며칠 사이에 서울 한복판에서 꼭 100자락만 만날 수 있는 작은책을 바라보면서 시골사람이 서울마실을 해보아도 즐겁습니다. 싱그러운 여름숲 앵두따기는 두 아이한테 맡기고서 길을 나섰어요. 붐비는 서울칙폭으로 갈아탔고, ‘코엑스 전시장’이 어디인지 못 찾아 한참 헤맸어요. 물살림숲 아닌 ‘아쿠아리움’ 언저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손전화 길그림을 켜고서도 엉뚱한 곳으로 간 끝에, 대구 책빛을 서울에서 찾았습니다. 아무리 높고 빼곡한 서울이어도 길가나 골목 떨기나무에 참새가 숨어서 가벼이 노래하더군요. 까마귀도 몇 만났습니다. 아직 서울에도 새가 있으니, 새롭게 이 북적판 한켠에 책짓기라는 마음씨앗을 심을 만하겠지요.


ㅅㄴㄹ


《그림자 소녀》(최인영 글·그림, 탐프레스, 2021.7.15.)

《W.살롱 에디션 3 관습에 NO 내 인생의 ON》(김정희·이도·권지현 글, 서탐, 2020.11.20.)

《이도 일기》(이도 글·그림, 탐프레스, 2022.6.7.)

《책 만드는 사람들, 100개의 말들》(탐프레스 편집부, 탐프레스, 2022.6.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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