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스 - 매와 소년 - 개정판
배리 하인즈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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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아름책

[내 사랑 1000권] 사슬터와 살림터 사이


《케스―매와 소년》

 베리 하인즈/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8.8.20.



  아이를 둘 낳아서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우리 집 두 아이는 배움터(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아니, 온누리 모든 곳을 배움터로 삼고, 풀꽃나무를 동무로 삼으며, 해바람비를 길잡이로 삼습니다. 책으로만 배울 까닭이 없고, 사람한테서만 배워야 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하늘을 읽으면서 날씨를 헤아리는 길을 갑니다. 굳이 날씨알림(일기예보)을 듣고서 날씨를 헤아려야 할까요? 손수 살림짓기를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일구려고 합니다. 따로 글(이론·지식)로 어깨동무(평등·평화)를 익혀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개미를 알려면 개미를 보면 됩니다. 개미를 안 보고서 ‘개미를 다룬 책·도감’을 달달 외운들 개미를 참말로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아요. 새를 알려면 새를 마주하고 동무로 삼아서 함께 놀면 돼요. 새 곁에 깃들어 새가 노래할 적에 나란히 휘파람을 불면 넉넉해요. ‘새를 다룬 책·도감’을 즈믄(1000) 자락 읽거나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들어가야 새를 참으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리송해요.


  오늘날에는 배움터에서 어른이 아이를 두들겨패거나 걷어차거나 손찌검을 하거나 막말을 퍼붓거나 머리통을 후려치거나 밀걸레 작대기로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내리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앞서까지 이 모든 ‘주먹질’이 배움터에서 버젓이 일어났어요. 예전에는 ‘학교폭력’이란 말이 없었으나 노상 주먹다짐이었고, 늘 ‘사랑의 매’라는 이름을 덧씌웠어요.


  영국 어린배움터 이야기를 그린 《케스―매와 소년》은 책으로도 영화로도 나왔는데, 1960∼70년 영국 배움터 언저리 민낯을 드러냅니다.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도 영국 어린이·푸름이가 어떻게 지내는가를 환히 드러내지요. 《케스》에 나오는 또다른 ‘빌리’는 새끼 매를 하늘에 날리고 싶어서 스스로 길을 찾고 숲을 배우는 나날을 보여줍니다. 어린 빌리는 처음으로 마음이 맞는 어른이자 길잡이(교사)를 만나서 얘기하는 어느 날, 이 어른한테 “선생님들은 언제나 자기들은 옳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떤 때는 어쩔 수가 없을 때가 있어요. 오늘 아침처럼요. 또 정말 지루할 때 안 듣는다고 매를 맞을 때요. 제 말은요, 재미가 없을 때에는 딴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고요. 안 그렇겠어요, 선생님?(93쪽)” 하고 말합니다.


  스스로 생각을 밝히며 눈망울을 빛내도록 북돋우는 포근한 곳이 아니라면 모두 사슬터(감옥)입니다. 스스로 생각을 빛내어 즐거이 사랑으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곳이라면 언제나 살림터예요. 우리가 선 곳은 어떤 터인가요? 2022.5.31.불.ㅅㄴㄹ


#BarryHines #Kes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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