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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잉크
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1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2.5.30.
인문책시렁 223
《보이지 않는 잉크》
토니 모리슨
이다희 옮김
바다출판사
2021.1.29.
《보이지 않는 잉크》(토니 모리슨/이다희 옮김, 바다출판사, 2021)를 읽었습니다. “The Source of Selfregard”를 옮긴 책인데 왜 책이름을 바꾸었는지는 모를 노릇입니다. 글님이 “스스로 믿는 뿌리”가 무엇인가 하고 밝히는 이야기인데, 글님이 들려주려는 발자국하고 목소리를 굳이 ‘글님 목소리’가 아닌 ‘덧씌운 딴말’로 적어야 할까 아리송해요.
그리기에 ‘그림’이요, 그려서 보는 그림입니다. 그리는 ‘글’이고, 그려서 읽는 ‘글’입니다. 그림하고 글은 삶을 담습니다. 눈으로 보거나 읽도록 삶을 담는 ‘그릇’ 노릇을 합니다. ‘그리다’는, 보고 싶은 사람을 마음에 두는 결을 나타내기도 하고, 스스로 느끼고 보고 알아가는 모두를 둘레에서도 헤아리도록 담아내는 결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리하여 글이란, 이 삶을 저 사람이 알아보도록 담아낸 이야기를 담아낸 꾸러미·그릇이에요. 이 삶을 저 사람이 알아보도록 이야기로 담아내자면, 글님은 ‘삶을 느끼고 보고 알아’야 하고, 느끼고 보고 알아낸 삶을 늘 되새길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스스로 느끼고 보고 알아간 대로 새롭게 삶을 빚어서 풀어내’기에 글·그림이란 얼개로 태어납니다.
토니 모리슨 님은 ‘미국 검순이(흑인 여성)’ 삶을 글로 풀어내는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잉크》를 읽으며 ‘미국 흰순이’는 어떤 삶이라 할 만하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미국 검돌이’하고 ‘미국 흰돌이’는 저마다 어떤 삶이라 할 만하려나 생각해 봅니다. ‘미국사람’이라는 길인지, ‘검은이·흰이’로 가르는 길인지, ‘오롯이 사람’이라는 길인지 더 헤아려 봅니다. 어제를 지나 모레로 나아가는 오늘, 미국이며 이 나라이며 푸른별 온나라는 서로 어떻게 다르면서 나란한 길을 걸어갈 적에 아름다이 맺을 만할까 하고 돌아봅니다.
여덟 살 아이는 ‘나라(정부)’가 아닌 마당(놀이터)을 바라보기를 빕니다. 열여덟 살 아이도 나라가 아닌 삶터를 바라보기를 빕니다. 먼발치에서 꿈을 좇거나 찾지 말고, 스스로 선 곳에서 꿈을 새롭게 짓고 가꾸기를 빌어요. 뒤틀린 나라·터전을 바꾸려면 ‘안 뒤틀린, 그러니까 아름누리’란 무엇인가 하고 먼저 그리면 됩니다. 글님이란 ‘안 뒤틀린 나라’가 아닌 ‘아름누리·아름마을·아름집·아름이·아름놀이’를 스스로 먼저 새롭게 그리고 살펴서 스스로 누리는 오늘을 차곡차곡 가꾸어 이야기로 엮는 일꾼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작가가 하는 일은 기억하는 것이다. 이 세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창조한다는 것이다. (96쪽)
이런 흑인 존재에 대한 고찰은 우리 국민문학을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하는 데 핵심이며 문학적 상상력의 변두리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156쪽)
흑인 작가에게 흑인이라는 수식어는 사실의 진술이기보다 탐색의 대상이다. 다시 말해 멜라닌과 작품의 주제를 제외하고 나를 흑인 작가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272쪽)
세계주의가 언어 차이를 무시하거나 부추기거나 송두리째 삼켜 그 차이를 넘어설수록 언어를 보호, 혹은 강탈하려는 노력은 더 불타오릅니다. 나의 언어, 나의 꿈에 나오는 언어가 곧 나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383쪽)
여덟 살 이상이라면, 이미 국가 간의 우정이 얼마나 편의주의적이고 상업적이며, 심지어 변덕스러운지 보았을 것입니다. (401쪽)
#TheSourceofSelfregard #ToniMorriso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