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5.25. 일곱 시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달날(월요일)에 〈서울책보고〉로 ‘이야기하는 일’을 나왔고, 이튿날인 불날(화요일)에 인천으로 건너가서 〈나비날다〉에서 ‘이야기하는 일’을 이었습니다. 이러고서 물날(수요일)에 부천 〈용서점〉에 깃들어 원미동을 책마을로 돌보려는 손길을 기리려는 마음을 ‘가볍게 이야기하’려 했어요.


  그런데 〈용서점〉 책집지기님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두 시간이 흐르고 세 시간이 흐르며 “우리 이야기를 끊고서 일어설 만한 대목이 안 보이는걸” 하고 느껴, 나무날(목요일)에 고흥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합니다. 이러면서 이야기꽃은 네 시간에 다섯 시간을 넘고, 마침내 일곱 시간을 훌쩍 넘깁니다.


  어릴 적에 말더듬이로 살았습니다. 제 생각을 말로 그리고 싶은데 혀가 꼬이고 소리가 샜어요. 둘레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라는 둥, 혀를 어떻게 이에 대라는 둥, 천천히 말을 하라는 둥 짚어 줍니다만, 뜀틀을 못 넘는 아이한테 “여기를 이렇게 짚고 이렇게 발을 구르면 쉽게 넘는데 넌 왜 못 넘니?” 하고 나무라기만 한다면, 아이는 끝내 뜀틀을 못 넘을 테지요. 곰곰이 생각하자니, 지난날 우리 터전(사회·학교)은 아이들을 느긋이 기다리면서 조용히 지켜보는 어른이 참으로 드물었습니다. 1988년 서울에서 일으킨 놀이마당(올림픽)은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힘차게”를 내세웠어요. 느릿느릿 말하거나 걷는 아이를 놔두지 않고 채찍질을 했습니다. 그때나 이제나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은 ‘경제성장’을 꼭두에 놓습니다.


  ‘자랑할 자람길’이 아니라 ‘포근히 품을 살림길’을 헤아리는 어버이나 어른은 아직 적습니다. 6월 1일에 새로 뽑을 고을일꾼을 놓고서도 누가 더 ‘발전’을 잘 하도록 이끌 만한가 하고 내세우는 쓰레판이라고 느낍니다. 저는 ‘발전’도 ‘진보’도 바랄 마음이 없습니다.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노래하고 놀면서 웃는 어른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입니다. 이런 말더듬이 어린이가 일곱 시간 책수다를 신나게 떠는 어른으로 하루를 보냈다니, 어쩐지 스스로 대견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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