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3.
《구름보다 태양》
마시 캠벨 글·코리나 루켄 그림/김세실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2.2.16.
자전거를 몰아 전남 고흥 첫 마을책집인 “녹동 〈더 바구니〉”로 찾아간다. 고흥 도화에서 고흥 도양읍(녹동)으로 가자면 면소재지를 거쳐 풍양면을 넘는다. 들길·바닷길·멧길·바닷길·묻은길(매립지)을 차곡차곡 가로지른다. 가다가 멧딸기를 훑는다. 5월 한복판은 멧딸을 누리는 싱그러운 철. 책집지기님하고 이야기를 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빗방울이 조금 듣나 싶더니 쏟아진다. 눈앞을 가릴 만큼 퍼붓는 비에 길섶에서 구르는 모난 것을 못 봤고, 앞뒤 바퀴가 몽땅 터진다. 어찌할까 생각하며 제자리에 서서 함박비를 맞다가 그냥 걷는다. 아까시꽃을 몇 훑어서 먹는다. 빗물에 떨어진 후박꽃을 주워서 먹는다. 풍양면 멧딸고개이자 깔딱고개부터 두 시간 반 남짓 걸어 집에 닿았다. 《구름보다 태양》을 여러 벌 되읽으며 이 그림책을 아이들한테 읽힐까 말까 망설였다. 아이들은 스스로 길풀이를 살피지 못 하고, 어른들은 제대로 길풀이를 헤아리지 못 한 채 오래도록 팔짱을 낀 모습이 고스란히 흐르는 오늘날 배움터(학교)를 낱낱이 드러내는 줄거리이다. 으뜸어른(교장선생)이 나서기에 비로소 길풀이 가운데 하나를 펴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밝혀서 달래는 길풀이가 아닌 터라, 또 ‘덧씌우기(벽화)’로 맺어서 아쉽다.
ㅅㄴㄹ
#SomethingGood #MarcyCampbell #CorinnaLuyke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이 그림책은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공공교육기관뿐 아니라
공공사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바보스레 길든 굴레’가
어떻게 왜 말썽인가 하는 대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더구나 이런 말썽이 불거질 적에
다들 한참 팔짱을 낀 채
도무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으뜸어른(교장선생)이 나설 때까지
아이들도 여느 길잡이(교사)도
선뜻 나서지 못할 뿐 아니라
다같이 ‘바보말(악담·비방용어·혐오표현)’에
길든 채 뒹구는 모습까지 보여주니
어느 모로 보면
‘나쁘지는 않되 끔찍한 책’이라고 느낀다.
왜 아이들이 화장실에 멍청한 낙서를 할까?
왜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서 이 멍청짓을 씻는 길을
그림책으로 풀어내지 못할까?
가장 높다는 어른이 나설 때까지
왜 다른 어른들은 아무것도 안 하거나 못 할까?
다들 길들었다.
얼핏 ‘민주주의’와 ‘평화공존’을
줄거리로 들려주는 척하지만
이보다는 ‘누가 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하나도 못하는’
‘공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야 알맞을
그림책이라고 느껴
매우 아쉽다.
더구나 길풀이(해법)를
‘고작’ 담그림(벽화)으로 얼렁뚱땅 맺으니……
너무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