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86 까칠하다
아직 우리나라 낱말책은 우리말을 아끼거나 돌보거나 보듬거나 사랑하거나 추스르지 않습니다.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뿐 아니라 온갖 바깥말을 안 거르고 싣기까지 합니다. 이 탓에 여느 우리말뿐 아니라 오랜 우리말이나 새로운 우리말에 뜻이나 보기글이나 말밑을 찬찬히 짚는 일을 아예 안 하다시피 하지요. ‘까칠하다’란 낱말을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쯤으로만 풀이하지만, 사람들은 말씨나 마음씨나 매무새를 가리키는 자리에 널리 써요. 그러니까 새롭게 널리 쓰는 결을 우리나라 낱말책이 여태 안 담는 셈입니다. 이처럼 허술하거나 모자라거나 아쉬운 대목을 그러려니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은 꾼(전문가)이 할 일 아닌가? 수수한 우리가 어떻게 따지나?’ 하고 여기는 분이 있습니다만, 낱말책은 바로 수수한 우리가 수수하게 쓰는 말씨를 차곡차곡 담아서 결하고 뜻을 살필 뿐 아니라, 새롭게 살리도록 잇는 징검돌 노릇을 해야 알맞습니다. 아쉽거나 안타까울 적에 곧장 따지거나 나무라거나 짚을 줄 알기에 ‘까칠’합니다. ‘좋은 게 좋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몸짓을 끊기에 ‘까칠’합니다. 어질고 참하고 슬기롭고 사랑스럽고 즐겁게 나아가기를 꿈꾸기에 ‘까칠’히 굽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