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56 볕나물



  풀꽃을 찰칵찰칵 담기 좋아하는 이웃 어르신이 있습니다. 이분은 한자말을 써야 깍듯하다(예의·예절)고 여기시곤 합니다. 어느 날 함께 숲길을 걷다가 노란꽃을 만났고, 이분은 ‘양지꽃’이란 한자말이 깃든 이름을 들려줍니다. 흙살림을 짓는 다른 분은 ‘가락지나물’이란 이름을 들려주더군요. 더 알아보니 ‘쇠스랑나물’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세 가지 이름을 나란히 놓고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쇠스랑’이나 ‘가락지’는 이 풀꽃이 사람 곁에서 어떻게 보였는가 하고 헤아리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양지’라는 한자말도 매한가지인데, 참으로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샛노랗게 빛나는 들나물이라는 뜻입니다. 함께 숲길을 걷다가 볕바른 곳에서 만난 노란꽃나물을 한 줄기 훑어서 혀에 얹고서 가만히 생각했어요. 볕살을 듬뿍 머금은 나물을 몸으로 받아들이니 마치 노란 해님이, 노란 꽃송이가, 노란 봄빛이 스미는구나 싶더군요. “내가 이 아이(풀꽃)한테 이름을 붙여 본다면 ‘볕나물’로 하고 싶다!” 하고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빛볕살을 반기고, 참으로 모든 풀꽃나무는 햇빛도 햇볕도 햇살도 듬뿍 머금습니다. 그래도 꼭 이 나물한테 ‘볕나물’이란 이름을 띄우면서 봄빛을 한가득 나누고 싶습니다.


볕나물 (볕 + 나물) : 볕(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한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나물. (= 볕바라기. 쇠스랑나물. 가락지나물. ← 양지꽃陽地-)


볕바라기 : 볕(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기. 볕(햇볕)을 잘·그대로·넉넉히·따스히·포근히 받아들이기. (= 볕구경·볕보기·해바라기·해보기·해구경. ← 양지받이陽地-, 양성陽性, 일광, 일광욕, 선탠, 태양건조, 광합성, 장일성長日性)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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