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2022.5.14.

곁말 52 봉긋님



  누리그물에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을 살피면, 우리말 ‘벙어리’에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차별표현 바로알기 캠페인)” 같은 붙임말이 있어요. 놀랐어요. 우리말이 따돌림말(차별어)이라니? 한자말 ‘청각장애인·언어장애인’은 따돌림말도 들볶음말도 돌림말도 괴롭힘말도 아니라 하는군요. 조선 무렵부터 불거진 ‘우리말을 깎아내리는 버릇’이 오늘날까지 짙게 남은 모습이로구나 싶습니다. ‘벙어리’는 따돌림말일 수 없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거나 말을 하지는 않는 사람을 가리킬 뿐인 우리말입니다. 우리말을 낮춤말로 여겨 깎아내리지 말아야 할 텐데, 아무래도 말이 태어난 밑바탕을 안 살핀 탓입니다. ‘벙어리(버워리)’는 ‘벙·버’가 뿌리이고, ‘벙긋·방긋’이며 ‘벗다’나 ‘바위·벅수’나 ‘봉오리·봉우리’에서 실마리를 찾을 만합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웃는 ‘벙긋’이요, 떼어서 없는 ‘벗다’요, 가만히 단단하게 있는 ‘바위·벅수’이고, 고요히 피어나려는 ‘봉오리’에, 바위가 겹겹이 크게 선 ‘봉우리’입니다. 이 모두를 품은 우리말 ‘벙어리’가 어찌 낮춤말일까요? 정 우리말을 깎겠다면, 오늘에 맞게 새말 ‘봉긋님·바위님’을 쓰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봉긋님 (봉긋 + 님) : 소리를 내지 않거나 말을 하지는 않는 사람. 피어나는 봉긋봉긋한 봉오리처럼, 고요하면서 맑게 숨빛을 품은 사람. (= 바위님. ← 청각장애인·언어장애인)


바위님 (바위 + 님) : 소리를 내지 않거나 말을 하지는 않는 사람. 커다랗고 단단하게 삶터를 버티는 바위나 멧자락처럼, 넉넉하고 푸르게 숨빛을 품은 사람. (= 봉긋님. ← 청각장애인·언어장애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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