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5.10.

숨은책 694


《New Housekeeping Textbook 最新家事敎本 3》

 김창준 엮음

 삼창문화출판사·라사라양재학원

 1975.4.5.



  사내로 태어났으나 곱상하게 생겼대서 둘레에서는 돌이가 아닌 순이로 여기는 분이 많았습니다. “요놈 참말로 사내가 맞는지 고추 좀 잡아 보자.” 하면서 달려드는 아주머니가 왜 이리 많던지요. 우리 어머니하고 이웃 아주머니는 뜨개질을 할 때면 “쟤가 가시내면 이쁜 옷을 날마다 떠서 줄 텐데.” 하고 말씀합니다. 그때 그런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으나, 《New Housekeeping Textbook 最新家事敎本 3》 같은 책을 뒤적이며 뜨개말(뜨개질 용어)을 살피다가 문득 알았어요. 어릴 적에는 뜨개그림(뜨개질 도안)을 따로 주는(별책부록) 달책(월간잡지)이 나오면 어머니 심부름으로 마을책집(이라기보다 문방구)에 달려가서 줄을 섰습니다. 어머니는 뜨개그림이 담긴 책을 넘기면서 “다 가시내옷이네. 사내옷은 없어.” 하면서 한숨을 쉬었어요. 뜨개책을 보면 참말로 가시내옷잔치입니다. 사내옷은 드문드문 있으나,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나온 거의 모두라 할 뜨개책은 일본책을 그대로 베끼거나 훔쳤습니다. 요새는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뜨개그림을 짜는 분이 나옵니다만, 지난날 우리는 순 훔침쟁이였어요. 알고 보면 지난날 아이들이 입은 뜨개옷은 온통 일본 뜨개옷이던 셈입니다. 창피한 줄을 몰랐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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