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84 말힘



  말힘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네가 아무리 떠든들 하나도 안 바뀔걸?” 하며 놀리거나 깎아내리는 분이 많아요. 말힘은 대수롭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말 한 마디였는데 확 바뀌네!” 하며 놀라는 분도 많아요. 이리하여 ‘말조심’을 해야겠다고 여기는 분이 있는데, 한자말 ‘조심 = 살피다’입니다. 예부터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고서 헤어질 적에 “살펴 가셔요” 하고 절을 했어요. 이 말씨를 “조심히 가셔요”처럼 한자말을 끼워넣어서 쓰는 분이 곧잘 있습니다만, ‘살피다·살펴보다’란 샅샅이 보는 눈빛이며 몸빛을 나타내요. 그러나 샅샅이만 보아서는 ‘살피다’가 되지 않아요. 사근사근 보고 상냥히 보기에 비로소 ‘살핌’입니다. ‘말살핌(말조심)’이란 말 한 마디를 할 적에도 더욱 깊고 넓게 보는 눈하고 몸이 되겠다는 뜻이라 하겠어요. 그래서 ‘말살핌(말조심)’을 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말을 살펴도 안 나쁘지만 ‘말사랑’을 하고 ‘말살림’을 하면 한결 즐겁습니다.” 하고 들려줍니다. 말씨(말씨앗) 하나는 작으면서 모든 삶을 일으키는 바탕이요, 말살핌을 넘어 말사랑으로 접어들면 삶을 사랑하듯 말을 가다듬어요. 말살림으로 들어서면 오늘을 가꾸는 눈짓과 몸짓으로 말을 새롭게 가꾸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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