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5.5.

숨은책 679


《學習便覽 理科辭典》

 學習社 編輯所 엮음

 學習社

 1933.2.15.첫/1935.8.1.고침17벌



  경남 진주로 책마실을 간 길에 〈동훈서점〉에서 겉그림(표지)에 책자취(판권)가 모두 뜯겼으나 다른 종이를 댄 “理科辭典”을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권말부록’을 싣는 바로 앞쪽 귀퉁이에 으레 ‘終’이라 적고서 책이름을 넣는 줄 알기에 겨우 “이과사전”인 줄 알아냈습니다. 그러나 더는 어떤 “이과사전”이거나 어디에서 언제 펴냈는지 알 길이 없다가, 스무 해쯤 앞서 서울 용산 헌책집에서 겉그림하고 책자취가 멀쩡한 《學習便覽 理科辭典》을 장만해서 갖추어 놓은 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건사한 책이 커다란 더미로 겹겹 쌓이면 스스로 어느 책이 어디에 있는지 ‘집에서조차 잃거나 잊는’데, 뜻밖에 아주 잘 보이는 데에 1933년치 작은 꾸러미를 얌전히 올려놓았더군요. 겉에 “理科の知識すべて分る!”하고 “最近の科學この一冊に!”처럼 적은 이 책을 죽 넘기다가 “朝鮮大邱府 中央通 春江堂書店”에 “優良圖書, 釜山六八二四番”란 글씨를 보았습니다. ‘대구 중앙통’은 대구에서 오랜 한길이자 저잣길이요 책골목입니다만, 이제 이 거리에서 책집은 자취를 감춥니다. 삽질로 다 밀어냈거든요. 우리는 어떤 어제를 살았고, 어떤 오늘을 살며, 어떤 모레를 그리는 하루일까요? 배우고 나누며 쥐는 책이란 무엇일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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