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5.1.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2 검은꽃
저는 이따금 “나는 왜 인천에서 태어났지?” 하고 생각합니다. 문득 마음속으로 “다 뜻이 있어.” 하는 소리가 흐릅니다. “뭔데?” “훗. 네가 알 텐데?” 알쏭한 소리가 그치고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인천에 ‘인천제철’이 있어 빨래를 바깥이나 마당에 내걸지 못했는데, 인천에는 ‘공단’이 월미도에 화수에 송현에 주안에 부평에 남동에 검단에 …… 어딜 가든 수두룩합니다. 공단에 못 끼는 공장은 더욱 많아요. 발전소도 폐기물처리장도 흘러넘쳐요. 서울·경기 쓰레기를 인천에 파묻거든요. 인천에서 찍어낸 공산품은 으레 서울·경기로 보냅니다. 그런데 인천제철뿐 아니라 유리공장에 화학공장에 자동차공장에 …… 아, ‘인천새’는 두루미라지만 두루미가 어디에서 어찌 살까요? 경인고속도로에 경인철도에 골목사람은 미닫이를 꾹꾹 닫아걸어도 집안에 스미는 쇳가루에 깜먼지로 날마다 콜록거렸고, 거의 모든 아이들은 코앓이(축농증)나 살갗앓이(피부병)로 시달렸어요. 이런 인천을 드디어(?) 제대로(?) 떠나 전남 고흥에 2011년에 깃들고서 2017년부터 포항마실을 합니다. 포항에 아름다운 마을책집이 여럿 있거든요. 그런데 포항엔 포항제철·현대제철이 있군요. 이야, 포항 쇳가루를 마셔 보니 아련한 먼지맛이 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