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83 마당집



  저는 ‘마당집(마당 있는 집)’을 서른예닐곱 살 무렵에 비로소 장만했습니다. 이웃님이 크게 바라지하면서 전남 고흥 시골자락에서 조그마한 집을 얻었어요. 마음껏 뛰고 구르고 달려도 되는 집을 처음으로 누리면서 아마 아이보다 훨씬 기뻤다고 돌아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던 큰고장 삯집에서는 “뛰면 안 돼”하고 “달리면 안 돼”하고 “노래하면 안 돼” 같은 말을 끝없이 입에 달아야 했습니다. 이런 말을 입에 달면서 속으로 괴로웠어요. 아이가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싶은데 그저 막기만 해야 한다니, 삶이 삶 같지 않더군요. 나라(정부)에서는 순 잿빛집(아파트)만 올려세우려 합니다만, 잿빛집에서는 아이어른 모두 ‘뛰기·달리기·노래’뿐 아니라 춤도 못 누립니다. 모든 어버이가 “아이들이 뛰놀며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마당집을 장만하는 데에 마음을 기울”여야 스스로 아름답고(평화) 사랑스럽게 살림을 짓는다고 느껴요. 이때에는 집값 걱정도 ‘부동산 문제’도 걷히겠지요. 더 나아가 ‘뛰기·달리기·노래’를 집에서 못 누리는 아이어른이라면 이 낱말 ‘뛰다·달리다·노래·춤’을 제대로 알기 어렵겠지요? 삶에서 못 누리는 모습을 담아낸 낱말은 뜻풀이만으로 헤아리지 못합니다. 언제나 삶이 그대로 말이요 뜻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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