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 소심한 여행가의 그럼에도 여행 예찬
이준명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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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책숲마실 2022.5.1.


책집지기를 읽다

3 서울 〈책이당〉과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스스로 마실님(여행자)이라 여긴 적이 없으나, 둘레에서는 제 등짐차림새를 으레 ‘마실님’이나 ‘멧님(등산객)’으로 여깁니다. 빙그레 웃으며 “‘책짐’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책이요?” 하고 놀라는 분한테 “저는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길을 가기에, 나라 곳곳 책집을 차근차근 다니면서 우리 낱말책에 담아낼 말을 캐내는 일을 합니다.” 하고 보태요.


  책집을 다니면서 만난 아름다운 책을 차곡차곡 등짐으로 꾸려서 다니자만 목이랑 어깨부터 팔다리에 발가락하고 등허리까지 온힘을 다합니다. 다만, 온힘을 다하되 ‘힘들다’는 생각이 아닌 ‘기쁘게 우리 집까지 짊어지고서 돌아가자’고 생각해요. 힘들게 걷는 가시밭길이 아닌, 삶과 생각과 사랑에 이바지하는 책을 잔뜩 장만해서 스스로 넋을 살찌우는 빛을 만나거든요.


  서울 신림동 한켠에서 〈책이당〉이라는 마을책집을 연 이준명 님은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를 선보였습니다. 책집지기이자 글지기이자 마실지기인 이웃님이 책이름에 붙인 말대로, “나들이를 하려면 언제나 새롭게 기운을 차릴” 노릇입니다. 나들이는 낯익은 곳으로 안 다닙니다. 나들이는 낯익은 데로 간다고 여길는지 몰라도 늘 낯선 데로 갑니다. 예전에 디딘 곳에 가더라도 오늘 디디면 새로워요. 우리 집에서조차 마루하고 마당을 오가는 발걸음은 늘 나들이(여행)인걸요.


  책을 안 읽는 분은 “넌 늘 책을 읽잖아? 그런데 또 책을 봐?” 하고 묻습니다. 책집마실을 안 다니는 분은 “그곳은 예전에 갔잖아? 그런데 또 가?” 하고 또 물어요. 이렇게 묻는 분한테 “저기, 어제 밥을 먹었는데 왜 또 먹어요?”라든지 “음, 어제 틀림없이 똥오줌을 누었을 텐데 오늘 왜 똥오줌을 또 눠요?” 하고 넌지시 되묻습니다.


  모든 삶길은 배움길이에요. 국수를 삶아도 배움길이고, 깍두기를 해도 배움길이며, 비질이나 설거지를 해도 배움길입니다. 곯아떨어지거나 미끄러지거나 부딪혀도 배움길이고, 보람(상)을 받거나 떼돈을 벌거나 큰돈을 잃어도 배움길이에요.


  배우면서 기쁘고 새롭기에 새삼스레 길을 나서요. 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기에 새록새록 밥을 지어서 차리고, 책을 찾아서 읽고, 이웃을 만나 수다꽃을 피워요. 그리고 저는 큼지막한 등짐에 책을 담느라 터진 자리를 기우고서 씩씩하게 책숲마실을 나섭니다.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이준명 글, 어크로스, 2018.6.15.)


한 달이 넘도록 도난 사건이 잊히지 않았다. 당연히 여행할 기분도 아니었다. 여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22쪽)


여행자는 낯선 곳에서 항상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한다. 길을 잃거나, 버스를 잘못 타거나, 주문을 못 하거나. (149쪽)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볼거리는? 정답은 아무 기대 안 했는데 놀라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21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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