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노래 . 이소선



노래하고 싶은 순이는

모질고 아파서 울고

웃으며 일하려던 돌이는

차갑고 안타까워 울부짖고


땀흘린 값을 바랐고

함께 꿈을 그렸고

서로 든든히 기둥이었고

누구나 굳은살 손바닥이고


글 아는 이는 어째서

동무하기를 꺼릴까

글 모르는 삶이지만

살림짓고 사랑하는 하루야


집은 달라도 하늘은 같지

밥그릇 달라도 별빛은 같아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푸른손으로 일하고 놀거든



배우고 싶으나 배울 수 없는 터전에서 태어났습니다. 총칼로 짓누른 일본에 맞선 아버지는 일찌감치 끌려가 숨을 거두고, 어머니 혼자 집살림을 꾸리다가 이소선 님이며 오빠는 낯선 집을 떠돌며 겨우 얻어먹었습니다. 일찍 짝을 만나고 아이를 낳았으나 짝꿍은 집안을 팽개치면서 때리기 일쑤였고, 혼자 아이들을 건사하며 바늘틀을 다루는 일꾼(미싱사)이 되었습니다. 이소선 님 아들 전태일 님은 하루 내내 뼈빠지게 일하고 굶는 어린 일순이·일돌이(공장 노동자)가 너무 많아 늘 속을 태웠고, 일터지기(공장주)는 으레 일삯을 빼돌렸으며, 나라(정부)는 모르쇠였습니다. 끝내 몸을 불사르며 ‘근로기준법’을 나라가 지키기를 바라는 한줄기 외침으로 이슬이 되며 어머니 이소선 님한테 이 길을 맡아 주기를 바랐고, 이소선 님은 아들이 남긴 뜻대로 ‘일하는 모든 이한테 어머니’로서 온삶을 바쳤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4월 30일 낮에

벌교에서 진주로 건너가며

‘이소선’을 쓰다.


이소선 님하고 전태일 님 삶은

‘노동운동가’가 아닌

‘일하는 이한테 어머니’이자

‘일하는 이한테 동무’였다고 느낀다.


전태일 님은 길(법)을 모르는

모든 일순이·일돌이한테

혼자 밤을 밝혀 깨친 길(법·근로기준법)을

풀어내어 들려주었고,

이소선 님은 홀로 낯선 서울에서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가난한

모든 일순이·일돌이한테

어머니라는 품이 되어 포근히 달래었다.


‘노동운동’이란 이름은 안 나쁘다.

그러나 이런 이름으로는

‘일하는 이한테 동무’가 되거나

‘일하는 이한테 어머니’가 될 수는 없겠지.


살림을 짓고 사랑을 하고 사람으로 서는

모든 길에는 ‘운동가’ 아닌

삶님·살림님·사랑님이란 이름으로 수수히

숲빛으로 마주한다고 느낀다.


나는 아직도 손빨래를 하고

부릉이(자가용)를 안 몰면서

뚜벅뚜벅 걷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