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1 시험공부
여태껏 살며 하기 싫다고 여긴 일이 있나 돌아보면 ‘없다’입니다. 참으로 없나 하고 짚으니 그야말로 없습니다. ‘싫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싶으면 “다 뜻이 있겠거니.”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싫다’를 녹였어요. “여태 굳이 안 한 일을 맞닥뜨리며 뭔가 보고 배우겠거니.” 하고 스스로 추슬렀어요. ‘싫다’는 느낌이 피어오를 적에는 몇 가지 난달이 있습니다. 첫째, 달아나기. 그런데 달아나면 이 싫은 일은 끝까지 찾아와요. 둘째, 받아들이기. 아무리 싫다 싶어도 그냥 받아들이고 보면 어느새 아무것이 아닌 일로 녹아서 사라져요. 셋째, 싫은 일이니 싫어하면서 하기.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싫다는 마음을 품고서 싫은 일을 해보면 마음이 죽고 몸이 지쳐요. 몸에서 안 받는 김치는 이제 거들떠보지 않고, 살갗에 두드러기가 돋는 차림옷(양복)은 이제 안 입고, 생각날개를 펴는 길하고 어긋나는 짓이어도 돈벌이가 되는 일은 처음부터 손사래칩니다. 둘레를 보면 ‘셈겨룸(대학입시)’을 바라보며 숨죽이는(시험공부하느라) 푸름이가 너무 많습니다. 푸른날을 숨죽인 채 살면 열린배움터에 들어가도 숨을 못 펴지 않나요? 셈겨룸을 버리고, 마침종이(졸업장)를 잊어야, 비로소 책다운 책을 읽고 피어날 수 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