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29.

숨은책 678


《NEW LIFE ENGLISH-KOREAN DICTIONARY》

 류형기 엮음

 Educational Services Washington D.C.

 1952.



  이 나라에 깃든 선교사 게일 님이 《한영자전》을 엮었습니다만 굳이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쓰는 말을 눈여겨보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1950년에 이르러 한겨레가 피를 튀기며 죽이고 죽는 슬픈 싸움판이 벌어지고 미국에서 싸울아비를 잔뜩 보낼 즈음, 비로소 ‘작은 나라 말글’을 조금쯤 알아야겠다고 여긴 사람이 늘었으며, 류형기 님이 엮은 《新生 英韓辭典》이 미국 워싱턴에서 영어판으로 1952년에 나옵니다. 1946년에 처음 나온 “신생 영한사전”은 온통 한자말투성이라면, 미국에서 미국사람한테 읽힐 ‘영한사전’은 한자를 거의 걷어낸 한글판이라 할 만합니다. 미국사람한테는 한글도 낯선데 한자까지 새겨야 한다면 머리가 터질 만했겠지요. 그러나 류형기 님은 이때에도 ‘영화사전(영일사전)’을 베끼는 틀을 못 버립니다. 저는 이 묵은 낱말책을 1997년 여름에 서울 용산 〈뿌리서점〉에서 만났어요. 싸움터(군대)에서 말미(휴가)를 얻어 책집마실을 했어요. 책집 아저씨는 “허허, 군대에서 휴가 나왔는데 집에는 안 가고? 군인한테는 책값을 받을 수 없지. 나는 월남까지 갔다와 봐서 군인이 얼마나 배고픈지 알지. 그냥 가져가게.” 하셨어요.


해방의 돐을 거듭하여 벌써 세 돐을 지냈으나 아직도 볼만한 사전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부족하나마 우리 사전의 요구는 더욱 많아 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말수도 더 많고 글자의 설명도 좀더 우리글로 된것이라야 할 것을 깊이 느끼고 한번 해본 경험을 살려 가며 우리의 힘을 합하여 지은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의 영화 사전으로는 제일 좋은것이라 할만한 삼성당의 《최신 콘사이쓰 영화 사전》을 기초로 하고 미국의 Funk & Wagnalls New Collage Standard Dictionary를 참고하여 편집한것이니 전것보다는 한걸음 나아간것으로 생각된다. (머리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