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9 책날



  2021년 8월 14일, 나라에서 “위안부 할머니 ‘기림의 날’”을 외치고 “기림의 날 챌린지”를 하기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총칼을 앞세운 일본이 할퀴고 짓밟은 생채기하고 멍울을 달래면서 기리려는 뜻이라면, 일본말 ‘の’를 넣었구나 싶은 “기림의 날”이 아닌, 우리말답게 “기림날”이라 할 노릇이요, ‘챌린지’란 영어가 아닌 ‘함께하기·어깨동무’를 외칠 노릇일 테니까요.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는 같은 날에 숨졌다고 합니다. 1616년 4월 23일이라지요. 이날을 두고 우리나라에서도 “책의 날” 같은 이름을 쓰는데, 단출히 ‘책날’이라고 하면 됩니다. 어린이날·어버이날·한글날처럼 ‘책날’입니다. “-의 날”처럼 ‘-의’를 보태는 일본말씨는 이제 걷어낼 줄 알아야지 싶어요. 글을 사랑하고 책을 아끼는 뜻을 펴는 자리야말로 우리말씨답게 스스로 푸르고 아름다이 빛내야지 싶어요. 그리고 4월 23일은 “온누리 책날”일는지 모르나, “우리 책날”이라고 말하기는 좀 멋쩍습니다. 이웃나라에서는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가 대단할는지 모르나, 우리한테까지 대단하지는 않아요. 우리로서는 한글날을 책날로 나란히 삼아 ‘한글책날’로 할 적에 빛날 만하지 않을까요. 우리글로 삶을 노래하기에 “우리 책”이 태어나거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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