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2.
《읽는 삶, 만드는 삶 : 책은 나를, 나는 책을》
이현주 글, 유유, 2017.4.24.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안개가 짙다. 안개에 폭 안겨 뒤뜰을 거닐어 본다. 풀잎하고 나뭇잎마다 이슬이 함초롬히 앉는다.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이 이슬로 푸나무는 하루를 싱그러이 보내겠구나 싶다. 사람도 아침저녁으로 이슬을 머금으면 목마를 일이 없지 않을까?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오며 들판을 가르는 제비를 세어 본다. 꼭 열이다. 적어도 너무 적다. 그렇지만 이 열 마리가 이 마을에 돌아와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제비하고 참새가 가장 자주 잡는 먹이는 ‘거미’라고 하는데, 풀죽임물을 다들 허벌나게 쳐대니 제비도 참새도 거미잡이가 힘들다. 텃노랑민들레 동글씨를 또 훑었고, 저녁에는 바느질을 한다. 바느질을 조금만 하고 다른 일을 하려다가도, 그만 바느질에 내처 사로잡힌다. 뜨개질이며 바느질은 더없이 빛나는 마음씻기(명상)가 될 만하지 싶다. 《읽는 삶, 만드는 삶 : 책은 나를, 나는 책을》을 읽었다. 첫머리는 살몃 싱그럽더니, 이내 이야기가 길머리를 잃고, 어영부영 헤매다가 맺네. 이제는 누구나 마음껏 스스로 책노래를 부를 나날이지만, 펴냄터에서 너무 얕게 빠지면서 내는 책이 꽤 흘러넘친다고 느낀다. 책장사는 안 나쁘다. 장사만 하는 책에 홀리면 얄궂을 뿐. 모든 책이 숲에서 온 줄 잊지 말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