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4.23.

곁말 47 나우누리



  이제 사라진 누리그물 가운데 ‘나우누리’가 있습니다. ‘천리안’은 한자말로 지은 이름이고, ‘하이텔’은 영어로 지은 이름이라면, ‘나우누리’는 우리말로 지은 이름입니다. 세 군데 누리그물은 스스로 지은 이름대로 나아갔어요. 한자말 이름인 곳은 참말 온갖 곳에 한자말을 썼고, 영어 이름인 곳은 그야말로 온갖 곳이 영어범벅이었는데, 우리말 이름인 곳은 또이름(ID)을 한글로 쓰는 길을 처음 열 뿐 아니라, 처음 들이는 누리말(인터넷 용어)을 우리말답게 고치거나 새로짓는 눈썰미를 밝혔습니다. 어린이하고 어르신 모두한테 턱을 낮췄습니다. 다른 곳은 ‘웹마스터’란 영어 이름을 썼으나, 나우누리는 ‘나우지기’란 이름을 받아들여 ‘-지기’라는 오랜 낱말을 ‘마스터·매니저·관리자·책임자’로 풀어내는 길을 퍼뜨렸지요. 사람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가다듬는 얼거리를 짰달까요. “나와 우리가 여는 새로운 누리”를 ‘나우누리’란 이름에 담았으니, 비록 이곳이 살림을 알차게 꾸리지 못하여 닫았더라도, ‘나너우리(나하고 너는 우리)’라는 숨결을 씨앗으로 심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나없는 마음처럼 나너없는 마음입니다. 너나하나인 눈빛처럼 나너하나인 눈빛이에요.


나우누리 (나 + 우리 + 누리) : 나하고 우리가 여는 새로운 누리. 나하고 우리를 하나로 여기며 나아가려 하기네, 나하고 너를 가르거나 쪼개거나 나누거나 떼지 않고 함께 품거나 나란히 어우르려는 마음·몸짓·생각·뜻. 어느 쪽을 높이거나 낮추지 않고, 어느 쪽을 앞이나 뒤에 놓지 않으며, 우리가 함께 헤아리면서 살아가고 사랑하는 길. (= 너나우리·나너우리·너나없다·나너없다·너나하나·나너하나. ← 공동체, 평등, 평화, 양성평등, 성평등, 페미니즘, 일심, 일심동체, 구별없다, 이타심, 자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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