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19.

숨은책 594


《미 군정기의 한글 운동사》

 이응호 엮음

 성청사

 1974.1.4.



  오늘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우리말을 하고 우리글을 씁니다만,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 우리글을 마음껏 못 썼습니다. 더구나 2000년을 맞이할 즈음까지 ‘한자를 안 섞으면 글이 아니다!’ 하고 외치는 글어른(원로작가)이 수두룩했어요. 총칼로 억누른 일본이 물러갔어도 ‘우리말 우리글’로 책을 내거나 새뜸(신문)을 엮거나 배움책(교과서)을 엮을 생각을 터럭만큼도 안 한 글바치(지식인·문인·기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들은 무척 오래도록 새까맣게 한자를 드러내어 새뜸을 엮고 책을 썼지요.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 쓰는 글(논문)도 우리말·우리글로 쉽게 쓰면 안 받아주었는데, 이 흐름은 오늘날까지 그대로입니다. 《미 군정기의 한글 운동사》는 1945∼1948년 사이에 우리말을 도로 찾으려고 애쓴 사람들 땀방울하고 발자취를 갈무리하면서, 우리말을 굳이 도로 찾지 말고 ‘일본말·일본 한자말’을 마흔 해 가까이 써서 익숙하니까 그대로 쓰자고 외친 글바치 이야기까지 나란히 묶었습니다. 책이름은 “한글 운동사”이지만, “한글 투쟁사”라고 해야 옳구나 싶어요. 더구나 벼슬꾼(공무원)하고 길잡이(교사)도 으레 ‘그동안 익숙하게 쓴 일본말·일본 한자말을 왜 버리냐?’고 따졌다니, 스스로 수렁에 다시 갇힐 뻔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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