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19.
숨은책 662
《젊은 知性人들에게》
유진오 글
신암문화사
1980.7.30.
1906년에 태어나 1987년에 숨을 거둔 유진오라는 분은 1932년에 〈김강사와 T교수〉를 썼습니다. 뒷짓에 헛짓을 해대는 이를 부드러우면서 날카롭게 꾸짖는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이녁은 스스로 쓴 글에 나오는 ‘김 강사’가 아닌 ‘T 교수’ 꼴을 보였어요. ‘조선문인보국회 발기인’에 ‘국민총력조선연맹 상무간사’에 ‘조선언론보국회 평의원’으로 드날렸어요. 일본바라기(친일부역)를 실컷 하고서는 스스로 뉘우치는 빛이 없이, 1948년에 우리나라 으뜸길(헌법)을 닦았습니다. 나중에는 ‘전두환 국정자문위원’까지 맡으며 온갖 힘자리(권력층)에 붙으며 끝까지 엉너리였습니다.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니던 1991∼1993년에는 이런 민낯을 알려주거나 가르친 길잡이를 못 만났습니다. 나중에 혼자 이 책 저 책 찾아서 읽으며 하나하나 알아냈습니다. 힘맛은 그렇게 달콤했을까요? 돈맛이나 이름맛도 더없이 달달했을까요? 젊은날부터 힘켠에 서면서 낮은이를 억누르는 붓끝을 휘두른 분이 1980년 5월 광주가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젊은 知性人들에게》를 선보입니다. 아름답지도 착하지도 깨끗하지도 빛나지도 않은 길을 걸은 늙은이가 젊은이한테 무슨 귀띔을 하려는 뜻이었을까요. 힘(권력)은 머잖아 사그라들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