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4.14.

오늘말. 엔간하면


우글우글한 곳을 즐기는 아이가 있을까요? 어쩌면 있겠지요. 다만, 아이는 바글바글한 데를 즐긴다기보다 어버이가 곁에서 함께 놀면서 울타리 노릇을 하는 자리라면 어디이든 꺼리지 않는다고 느껴요. 새가 무리짓는 곳은 시끄럽지 않은데, 사람이 떼짓는 곳은 어쩐지 시끄럽습니다. 사람이라서 시끄럽지 않아요. 아무래도 숲빛을 잊은 채 손전화로 떠들고 푸른빛을 잃은 수다가 넘치니 엔간하면 사람바다로 모여드는 데에는 섞일 마음이 없어요. 겨울에 눈이 내리면 얼마나 고요한지 느껴 봐요. 여름에 소나기가 내리면 얼마나 조용한지 느껴 봐요. 가을에 새가 나무에 앉아 열매를 쪼면 얼마나 재미난지 느껴 봐요. 봄에 풀벌레가 깨어나 노래하면 얼마나 싱그러운지 느껴 봐요. 되도록 스스로 숲이 되기를 바랍니다. 누구하고 함께 살아가는 푸른별인지 헤아리기를 빌어요. 어쨌든 그냥그냥 살기보다는, 구름하고 어울리고 바다하고 얼크러지면서 제비랑 같이 하늘을 가르면 더없이 신바람인 삶이리라 느껴요. 오늘날 서울은 거의 숲길하고 등진 잿더미입니다만, 모쪼록 서울도 시골도 한울타리로 들꽃이 어우러지고 개구리랑 헤엄칠 맑은 물줄기로 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할 수 있는 대로·되는대로·되도록·모쪼록·아무쪼록·아무튼·암튼·어쨌든·그냥·그저·어지간하면·엔간하면·웬만하면 ← 가급적(可及的)


만하다·듯하다·있다·되다·하다·넉넉히·아마·아무래도·어쩌면·얼추·길·수·으레·거의 ← 공산(公算)


같이·함께·꾸리다·동이다·동여매다·섞다·더미·덩어리·덩이·동아리·한동아리·우리·울·울타리·한울타리·떼·떼거리·떼짓다·떼질·있다·오다·가다·모둠·모음·모이다·모여들다·모임·무리·무지·무더기·무리짓다·뭉치·뭉텅이·묶다·뭉치다·어우러지다·어울리다·얼크러지다·바글바글·우글우글·하나·하나되다·한덩이·한뜻·한묶음·한짝 ← 집합(集合), 집합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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