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꽃빛 (2022.2.26.)

― 인천 〈모갈1호〉



  눈여겨보는 사람이라면 늘 보고, 눈여겨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늘 못 봅니다. 무엇이건 매한가지예요. 마음이 있기에 눈여겨보고, 마음이 없기에 안 봐요.


  마음이 있어 눈여겨볼 적에는 스스로 천천히 삶을 지어 하루를 누립니다. 마음이 없어 안 볼 적에는 스스로 짓는 삶이 아니라, 남이 시키는 대로 빨리 해치우려는 쳇바퀴로 흐릅니다.


  누가 시켜서 읽는 책은 따분하거나 고단합니다.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읽는 책은 차곡차곡 익힙니다. 남들이 치켜세우기에 읽는 책은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길이 아니라, 남한테 발을 맞추는 셈입니다. 스스로 돌아보고 살피면서 하나하나 읽는 책은 생각을 틔우면서 눈길을 밝히는 몸짓이에요.


  인천 배다리 〈모갈1호〉는 디딤칸을 딛고 올라서는 윗칸을 보임칸(전시장)으로 꾸립니다. 바깥에서 들어서는 자리에서는 책을 마주한다면, 이 책을 차근차근 누리고 읽는 이웃님은 슬쩍 책을 내려놓고서 윗칸으로 올라가서 새로운 손길로 여민 꽃빛을 만날 만합니다.


  오늘날 이 삶터를 돌아보면, 어릴 적부터 늙는 날까지 온갖 사람들이 온갖 값(점수)을 자꾸 매기려 듭니다. 이른바 ‘된다 안 된다(합격 불합격)’ 같은 값을 매겨요. 왜 아이들이 배움터에서 배움길이 아닌 값매김(점수 평가)에 시달려야 할까요? 왜 어른들은 허울은 배움터라 내세우면서 정작 사납게 값매김을 해댈까요?


  스스로 걷는 길에는 그저 새롭게 나아가는 오늘만 있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걷지 않고, 남한테 맞추거나 남이 시키는 대로 흐르는 길에는 언제나 제자리걸음일 뿐 아니라 수렁에 갇히는 허수아비만 있다고 느껴요. 스스로 짓기에 오늘이 있다면, 스스로 안 짓기에 오늘도 어제도 모레도 없어요.


  달종이(달력)에 적힌 셈(숫자)은 우리 하루를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쳇바퀴입니다. 우리는 달종이가 아닌 스스로 헤아리면서 지으려는 이 삶을 즐겁게 맞아들이면서 기쁘게 웃고 반가이 만나서 도란도란 수다꽃을 피운다고 생각해요.


  누가 “어떤 책을 읽으면 될까요?” 하고 물으신다면 “스스로 꽃이 되어 빛날 책을 살펴서 읽어 봐요.” 하고 속삭입니다. “어떤 책이 꽃빛인가요?” 하고 또 물으시면 “제가 골라 드리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하나하나 살피면서 마음으로 톡 와닿아 가볍게 춤추는 책이 바로 꽃빛입니다” 하고 속살입니다.


  들에 피는 꽃도 꽃이고, 나무에 피는 꽃도 꽃이고, 마음에 꽃을 피우는 사람도 꽃입니다. 이름값 아닌 이야기를 읽으려고 쥐는 모든 책은 언제나 꽃이에요.


《화성 1999》(브라이안 올레아리 글/조경철 옮김, 겸지사, 1980.8.20.)

《생명의 기원에 관한 일곱 가지 단서》(그레이엄 케언스 스미스 글/곽재홍 옮김, 동아출판사, 1991.7.10.)

《블랙홀과 우주》(이고르 노비코프 글/편집부 옮김, 동아출판사, 1991.8.30.)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1》(존 서머빌·다까하시 오사무 글/조일민 옮김, 중원문화, 1980.5.20.첫/1988.11.22.8벌)

《마법의 공원》(수산나 타마로 글·토니 로스 그림/이기철 옮김, 고려원, 1996.9.1.)

《태고사의 수수께끼》(알렉산더 고르보프스키 글/김현철 옮김, 이성과현실, 1991.5.10.)

《오즈의 마법사》(프랭크 라이언 밤 글/이현경 옮김, 대교출판, 200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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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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