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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삶, 만드는 삶 - 책은 나를, 나는 책을
이현주 지음 / 유유 / 2017년 4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2.4.12.
인문책시렁 216
《읽는 삶, 만드는 삶 : 책은 나를, 나는 책을》
이현주
유유
2017.4.24.
《읽는 삶, 만드는 삶》(이현주, 유유, 2017)을 읽으면, 처음에는 ‘마루 있는 서울집’에 잔뜩 꽂힌 반짝거리는 책에 놀라며 책읽기에 사로잡히고, 어느새 ‘웃사내 줄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글꽃(문학)이란 이름으로 읽히는 모습을 깨달으며, 이윽고 손수 책을 짓는 길을 걷다가, 이제는 살짝 발을 빼고서 책을 새로 마주하는 글님이라고 합니다.
글님은 인천에서 어린 날을 보내었다고 합니다. 새삼스레 돌아보았습니다. 인천은 여러 곳을 아우릅니다. 뭍인 인천이 있고, 바닷가인 인천이 있고, 섬인 인천이 있어요. 뭍은 복닥거리는 마을하고, 들이나 멧자락을 품은 마을에, 오랜 일본집이나 중국집을 품은 마을이 있습니다. 코앞에 바다를 낀 마을이 있고, 큰섬하고 작은섬이 있고, 뱃길로 한참 들어가는 섬이 있어요. 뭉뚱그려 인천이라고도 하지만, 다 다른 인천이요, 다 다른 터전에 따라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르게 자라면서 섞이는 인천입니다.
또래를 이루는 무리는 동무를 동글동글 맞아들이기도 하지만, 척 금을 긋거나 담을 쌓기도 합니다. 곰곰이 보면 어린이는 누구를 꺼리거나 싫어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둘레 어른이 하는 짓을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집이나 마을이나 배움터 어른이 보여주는 몸짓이 그대로 아이들 몸짓으로 나타나요.
우리가 읽는 책은 어떤 삶과 살림을 보여줄까요? 우리는 곁에 두는 책에서 무엇을 배우고, 우리가 손수 짓는 책으로 어떤 삶하고 살림을 펴려는 생각일까요? 글님은 책을 둘러싼 하루를 살다가 두 아이를 맞아들이고서 등골 뻑적지근하게 보내던 나날을 문득문득 적으셨는데, 저는 두 아이를 돌보며 바깥일을 하던 지난날이 ‘극기훈련’이라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보내었을 나날을 떠올렸고, 먼먼 옛날부터 순이가 늘 보낸 하루를 생각했어요. ‘온누리 아버지가 이런 삶을 보내며 살림을 가꾸어야 비로소 어깨동무를 이루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즐겁게 땀을 쏟으며 신나게 하루를 살았어요.
책이란 읽기 나름이라고 느낍니다. 더 뛰어나거나 훌륭한 책을 찾아내어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책을 쥐든 스스로 생각을 틔우며 삶을 빛내는 밑거름으로 삼으면 아름답습니다. 글님이 앞으로 걸어갈 길에 아름책을 곁에 놓아도 좋을 테지만, 이보다는 스스로 아름눈빛에 아름손길로 오늘을 ‘지으’면 넉넉하리라 생각해요. 첫머리에는 반짝이는구나 싶던 글결인데 뒤로 갈수록 어쩐지 힘이 사그라들어서 퍽 아쉬웠습니다. 쓴맛도 단맛도 없이 오직 삶맛이라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디디지 않으면 글빛이 흐려요.
ㅅㄴㄹ
거실이 있는 서울의 아파트에서 100권짜리 어린이용 전집을 처음 보았을 때,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싶었다. (19쪽)
여자를 때리는 것이 농담이고, 사랑의 표현이며, 하루가 못 되어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으로 화해하는 이 과정, 어디서 많이 보고 들은 이야기 아닌가. (37쪽)
역사를 배우다 보면 개인은 사건 속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늘 그 사라진 개인이 궁금했다. (81쪽)
갓난아이와 세 살짜리 아이 둘을 돌보며 일을 하는 것은 거의 극기훈련이었다. (1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