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종 동시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시문학선집
박경종 지음, 전병호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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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3.28.

노래책시렁 224


《엄마하고 나하고》

 박경종

 백록출판사

 1981.11.10.



  우리나라 글밭을 돌아보면, 발바닥을 삶자리에 안 두고서 쓰는 글을 ‘멋있다’고 치켜세운 나날이 길지 싶어요. 발바닥이 삶자리에 있는 사람은 살림을 짓고 아이를 돌보면서 숲을 품었어요. 손바닥이 삶자리에 있는 사람은 집을 짓고 옷을 지으며 밥을 지으면서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손바닥하고 발바닥이 어디에 있을까요? 삶자리에 있나요? 숲자리에 있나요? 《엄마하고 나하고》는 ‘동심천사주의’로 ‘동시’를 쓴 자취를 환히 엿볼 만한 책입니다. 노래님이 들려주는 노래는 ‘엄마 곁에서 귀여움을 떠는 아이’로, 소꿉을 놀더라도 무슨 소꿉인지 알 길이 없고, 어버이 곁에서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함께하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새마을바람’을 넌지시 치켜세우면서 시골집을 깎아내리기까지 하다니요. 제가 어린이일 적에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서는 이런 글만 읽히면서 베껴서 동시를 쓰라고 시켰습니다. 이런 동심천사주의 글을 읽고 외우며 셈겨룸(시험)을 치러야 할 적마다 “날마다 어버이 곁에서 갖은 집안일을 나누어 함께하던 저나 또래”는 ‘머나먼 남’이 하느작거린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이런 글은 오늘날에도 사그라들지 않으니, 우리나라에는 동시가 싹트려면 먼 듯합니다.


ㅅㄴㄹ


푸른 감나무가 / 울타리처럼 늘어선 / 뒤뜰 장독 밑에서 // 계집아이처럼 / 혼자 소꼽놀이를 하면 // 뒷문 열고 / 엄마는 웃으시다가 // 소리 없는 / 발걸음으로 // 내 곁에 다가와선 / 나와 같이 동무한다 (엄마하고 나하고 2/10쪽)


나는 가랑비에 젖어 가는 / 초가집들을 / 바라보면서 / ― 이 마을에선 / 새 마을 사업도 / 모르나 … (김포 길/87∼88쪽)


푸른 장막을 열자! / 오월의 푸른 장막을 // 우리 모두 마음껏 열면 / 따사로운 햇볕은 / 엄마의 손처럼 따스하다 (푸른 오월/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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