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레이레 살라베리아 그림,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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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3.26.

그림책시렁 936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글

 레이레 살라베리아 그림

 김명남 옮김

 창비

 2021.9.3.



  저는 시골에서 살고 숲을 노래하는 살림을 바라지만, ‘시골주의자’나 ‘숲주의자’가 될 생각은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그림을 즐기고 새를 사랑하지만 ‘그림주의자’나 ‘새주의자’이기를 바라지 않아요. 그저 ‘사랑’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언제나 어깨동무(평등·평화)를 바라는 길을 걷되 ‘평등주의자·평화주의자’가 될 마음은 조금도 없어요. ‘주의자’가 아닌 ‘살림이’로 지내려 합니다. 수수하게 순이돌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려고요.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읽으며 퍽 갑갑했습니다.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라는 길은 틀림없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행복’이란 무엇이고 ‘페미니스트’란 무엇일까요? ‘주의자·니스트’ 모두 외곬로 내는 목소리에 갇히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자’도 ‘해방주의자’도 ‘통일주의자’도 아닌, ‘살림순이·살림돌이’에 ‘사랑순이·사랑돌이’로 살아갈 적에 비로소 너랑 나를 섣불리 가르지 않고, 서로 어깨동무로 이 삶을 가꾸고 이 살림을 사랑으로 편다고 느껴요. 밥옷집 살림을 함께 나누고, 푸른숲으로 가는 길을 같이 배우면서 지으면 모두 사랑으로 이룹니다. 미움 아닌 사랑을 배우고 물려주겠습니다.


ㅅㄴㄹ


어릴 적부터 스물 몇 살이 되도록

으레 얻어맞으면서 살았다.

예전에는 어른이 아이를 쉽게 때렸고

사내는 싸움터(군대)에 끌려가면

새벽부터 밤까지 맞고 막말을 들으며

견디어내야 했다.


툭하면 얻어맞는 나날을 보내면서

“나는 안 때리는 사람으로 살겠어”

하고 다짐을 했는데

“안 때린다”도 똑같이 ‘주먹’을 놓고

삶을 바라보는 눈길인 줄 느끼고는

“안 때리고 안 맞는 평화”가 아닌

“오직 평화로 평화”를

“오직 사랑으로 평화”를 바라보는

어른·어버이로 살아야

아이들이 사랑하고 평화를 물려받아

새롭게 온누리를 가꾼다고 느꼈다.


일본이 이 나라를 짓밟은 발자취를 가르치는

얼거리하고 흐름을 보면

‘일본 침략사’는

‘일본을 미워하는 길’을 

아이들한테 일찌감치 물들이면서

두 나라가 더 벌어지도록 다그친다고 느꼈다.


‘사실’만 보여주거나 가르쳐서는

‘사실’에 얽매여 갇힌다.

‘진실’을 말하고 가꾸어야

비로소 ‘참(진실)’이라는 곳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새길을 여는 실마리를

스스로 찾는다.


페미니즘 교육은 나쁠 일이 없다.

그러나 온갖 페미니즘 책과 교육은

‘학대 역사·가해 역사’를 말하는 데에 그치면서

‘여자가 남자를 증오하는 길’로 치우치더라.


남자가 여자를 학대해도 지구는 망하고

여자가 남자를 증오해도 지구는 망한다.


둘이 어깨동무로 사랑하는 길을

집(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살림하면서

호젓하고 아늑하게 숲을 품는 길로

가르치고 배우고 나누는

어른·어버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주의자·니스트’란 이름을 버리고

순이돌이로 수수하게 사랑을 바라보지 않으면

이 지구는 그냥 끝장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비추천’한다.

순이돌이가 같이 요리책과 건축책을 읽고

같이 밥을 짓고 집을 짓는 길이 그야말로 

‘여성해방·성평등’으로 간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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