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8 책집지기
‘배운’ 사람은 읽지 않습니다. ‘배운’ 사람이 아닌, ‘배우려는’ 사람이 읽습니다. ‘배우려는’ 사람이 쓰고, ‘배우려는’ 사람이 책집지기라는 살림을 펴며, ‘배우려는’ 사람이 책수다를 나누면서 도란도란 생각날개를 폅니다. ‘배운’ 사람은 가르치려 합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하나씩 바라보면서 마음에 심을 생각을 즐겁게 맞아들입니다. ‘배운’ 사람은 이미 몸이며 마음에 틀을 굳게 올린 터라, 새길(생각)을 좀처럼 안 맞아들일 뿐 아니라, 내치거나 손사래치기까지 합니다. 배웠고 알았다지만 새삼스레 배우려는 마음을 일으키기에 책읽기에 책쓰기를 하고, 책집이나 책숲을 열겠노라 꿈을 지핍니다. 배웠고 알았으니 ‘끝났다’고 여기기에 책을 겉치레로 보고 글을 겉꾸밈으로 쓰려고 합니다. “배운 사람은 나쁘다”고 할 수 없어요. “배운 사람은 쉽게 고이네” 싶습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흐르는 물줄기 같다”고 할 만하며, 즐겁게 노래하듯 흐르는 냇물·빗물 같으니, 스스로 생각이 샘솟아 어깨를 활짝 펴며 걷거나 달려요. 마을에 조촐히 책집을 여는 이웃·동무란 눈·생각·마음을 틔워서 사랑을 짓는 길을 가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저는 책집지기 곁으로 마실을 하며 눈망울을 별빛처럼 틔우고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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