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3.21.

책하루, 책과 사귀다 96 까닭(근거)



  “그렇게 보는 근거는 있는가?” “까닭은 없습니다만, 사랑하기에 반갑게 읽고 즐거이 나누는구나 싶어요.” “그게 뭔 소리인데?” “글쎄, 그저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오늘을 살고 하루를 그리면서 삶이라는 이 자리에 사랑이라는 손길로 살림을 돌본다고 느껴요.” “어떻게 천기저귀를 쓰고 유리병을 쓰고 아기를 안고 다니고 자전거에 태우며 살아?” “딱히 까닭은 없어요. 손길에서 묻어나는 기운이 가장 즐거우면서 슬기롭고 참한 사랑이라고 여기니 천기저귀를 손빨래하지요. 똥오줌이 묻은 천기저귀를 손으로 빨아 보면 이 아이들 뱃속을 느낄 만하고, 먼먼 옛날부터 아기를 사랑으로 보살핀 사람들 마음빛이 물씬 스미는걸요.” “그대니까 그렇게 하지, 요새 누가 그러는가?” “옛날부터 누구나 수수하게 스스럼없이 하던 살림이에요. 대단한 일도 안 대단한 일도 아닌 살림이고, 이 살림이란 바로 삶을 사랑하는 길인걸요. 손수 하는 사람들은 손수짓기라는 자리에서 책 하나 없이 모든 길을 꿰뚫었어요. 우리 손발은 언제나 온빛을 스스로 알려주는 책이에요.” “허참.” “우리는 글을 모르던 옛사람이 지은 말을 물려받아서 써요. 글을 아는 사람은 말을 못 짓는데, 삶·살림·사랑을 스스로 안 지으니 말빛이 없구나 싶어요.”


ㅅㄴㄹ


언제 어느 곳에서 누구하고

주고받은 말인지는 가물거리지만

이런 이야기를 으레 자꾸

되풀이합니다.


굳이 까닭을 찾자면

모두 사랑입니다.


어떻게 다 손수 하려고 드느냐고 물으면

손발로 스스로 하고 보면

스스로 삶을 깨우쳐

사랑을 펼 수 있어요.


책은 안 읽어도 즐거워요.

책을 온몸으로 온삶에서 길어올리면

누구나 스스로 새말(사투리)을 짓거든요.


(사진 : 서울 무아레서점 202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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