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 - 1980 제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17
김명수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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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3.6.

노래책시렁 220


《月蝕》

 김명수

 민음사

 1980.7.10.



  ‘시’를 쓰는 사람들은 으레 “시 = 언어예술”처럼 말합니다만, 이런 말을 들을 적마다 오글거립니다. 참말로 ‘시’가 ‘언어예술’이라면, ‘시·언어예술’ 같은 바깥말을 우리말로 풀어내거나 고치려는 생각을 터럭만큼이라도 하면서 새말을 지었을 테지요. 《月蝕》은 김명수 님이 처음 선보인 노래책이라고 합니다. 한글로 ‘월식’이라 안 적고 한자로 적은 책이름인데, ‘달가림’을 뜻하는 한자말 ‘月蝕’입니다. 노래님은 노래에 한자를 끝없이 씁니다. 한글로 ‘산천’을 적다가도 불쑥 ‘山川’으로 적고, ‘5月달’처럼 쓰기도 해요. ‘5月달’이 겹말인 줄 느끼지도 못했겠지요. 1980년에 내놓은 노래책에 한자를 안 쓴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김남주 님이 한자를 함부로 썼느냐고 묻겠어요. 여느 글이 아닌 노래에 한자를 함부로 섞거나 내세우는 이들은 ‘읽을 사람’을 먹물로 못박은 셈이요, 한글조차 모르는 사람은 아예 노래를 읽지 말라고 막아선 꼴입니다. “노래 = 말꽃”이려면 그야말로 생각이 꽃처럼 피면서 날개를 달아 나비다이 날아오르도록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가시내 젖가슴을 훔쳐보는 바보짓을 그리는 엉성한 사내질이 아닌, 온누리를 사랑으로 보듬는 어진 숨빛을 담을 일이에요.


ㅅㄴㄹ


용왕님은 병이 들고 / 토끼야, 너 간을 주어라. // 萬花方暢한 봄날 산천에 / 네가 따먹은 진달래 꽃잎 주어라 …… // 도토리 익는 十月 山川에 / 싸리순 피는 봄날 산천에 / 언덕 뛰던 / 네 빠른 생기 주어라 // 東海바다 저 어둡고 어두운 / 먹물결 위에 / 네 더운 피도 이제 모두 주어라 (토끼의 肝/52쪽)


해지고 나면 고향마을 윗냇가에 / 목물하던 처녀 아이들 // 풍덩대던 밤 물결에 / 흰 젖가슴 / 달도곤 훤히 비추어 오고 // 풀섶 냇뚝에 숨죽이던 악동들 / 반짝이며 웃음 참던 / 눈동자 몇 개 (개똥벌레/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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