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89 옮김책



  일본 어린이한테 일본말을 맛깔스럽게 들려주는 책을 우리말로 옮긴다면, 우리는 무슨 말맛을 우리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셈일까요. 미국 어린이한테 미국말(영어)을 재미나게 알려주는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 우리는 무슨 말빛을 우리 아이들한테 알려주는 노릇일까요. 모든 나라하고 겨레가 다 다르게 말을 합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고장마다 말결이 달라요. 경상사람한테 전라말을 쓰라 할 수 없고, 전라사람한테 경상말을 모른다고 타박할 수 없어요. 말마다 이 말을 지어서 쓰는 사람들 숨결하고 살림이 흐르기에, 다 다른 말을 듣고 새기고 익히고 마주하면서 저마다 다르게 짓는 하루를 돌아보고 어깨동무하는 실마리를 찾지요. 이웃나라 책을 우리말로 옮길 적에는 ‘우리하고 다른 이웃 살림결’을 ‘우리 살림결에 걸맞게 추스르고 다독이고 매만지는 눈썰미’를 펴야 합니다. 우리말을 바깥말(외국말)로 옮길 적에도 같아요. 서로 다른 삶결을 안 살피기에 “번역은 반역이다” 하고, “엉터리로 옮긴다” 하고 말합니다. 우리말로 둘이 이야기를 할 적에도 그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나날을 돌아보고 마음을 읽어야 비로소 속내를 알아채요. 하물며 이웃말을 옮긴다면, 어린이책을 옮긴다면, 우리말부터 더더욱 깊고 넓게 익힐 일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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