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2.13.

오늘말. 죽임짓


어릴 적에는 참 어려서 멋모르고 어른들 말씨를 흉내냈습니다. ‘필살기’ 같은 낱말이 한자말인 줄도 몰랐지만 뜻도 모르는 채 마구 썼어요. 어른이 되어 ‘필살’이 뭔가 하고 찾아보며 “사람을 아주 죽이는” 길인 줄 알고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솜씨라면 꽃처럼 펴면 될 텐데요. 재주라면 멋스러이 펴면 되어요. 솜씨는 햇빛이나 별빛처럼 쓸 노릇이고, 숨은재주를 기쁘게 쏟아서 서로서로 아름답게 누릴 적에 즐겁습니다. 죽임질은 그저 죽임길입니다. 죽임짓에는 살림이 없고 사람이 없어요. 무찌르려고 빈틈을 노려서 달려드는데 어떤 사랑이 싹틀까요. 꼬투리를 잡으며 쓰러뜨리려는 짓은 부질없습니다. 구멍을 찾아서 넘어뜨리려는 몸짓은 스스로 바보가 되는 엉성한 길이에요. 어깨동무하는 노래가 빠진다면 나부터 고단합니다. 덜떨어진 짓은 멈추고서 살림빛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온누리를 오롯이 비추는 온솜씨를 다스려서 허술한 자리를 달래고 모자란 구석을 다독이면서 샘물 같은 숨결로 차근차근 거듭날 노릇입니다. 들을 싱그러이 적시는 냇물이 되기로 해요. 틈은 그만 노리고, 사이좋게 손을 잡으면서 함께 웃어요.


ㅅㄴㄹ


꽃솜씨·꽃재주·끝솜씨·끝재주·멋솜씨·멋재주·빛솜씨·빛재주·숨은솜씨·숨은재주·아름솜씨·아름재주·온솜씨·온재주·해내다·죽이다·죽임길·죽임짓·죽임질·죽임주먹·잡다·목숨잡이·무찌르다·무너뜨리다·쓰러뜨리다·넘어뜨리다·자빠뜨리다 ← 필살, 필살기, 필살권


민물·냇물·샘물·마실물·먹을물 ← 담수(淡水)


구멍·틈·빈자리·빈구석·빈틈·빈곳·비다·없다·꼬투리·덜미·켕기다·타다·모자라다·못 미치다·빠지다·허술하다·쏠리다·아쉽다·안 되다·어설프다·엉성하다·바보·떨어지다·덜떨어지다·나뒹굴다 ← 허(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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