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2022.2.10.

곁말 34 새바라기



  한참 놀다가 문득 가만히 해를 보고서 담벼락에 기대던 어린 날입니다. 어쩐지 멍하니 해를 바라보는데 옆을 지나가던 어른이 “넌 해바라기를 하네?” 하고 얘기해서 “네? 해바라기가 뭔데요?” 하고 여쭈었더니 “해를 보니까 해바라기라고 하지.” 하고 일러 주었습니다. 속으로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별바라기’라는 말을 듣습니다. 별을 좋아해서 밤하늘 별을 가만히 보는 일을 가리켜요. 낱말책에는 그릇을 가리키는 ‘바라기’만 나오고, ‘바라다·바람’을 가리키는 ‘바라기’는 아직 없습니다. ‘님바라기’를 흔히 말하고 ‘눈바라기·비바라기’가 되면서 ‘구름바라기·바다바라기’로 지내는 분이 퍽 많아요. 저는 ‘숲바라기’하고 ‘사랑바라기·꽃바라기’를 생각합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바라기’란 삶이 흐르고, 글을 써서 책을 지으니 ‘글바라기·책바라기’이기도 한데, ‘책집바라기’란 몸짓으로 마을책집을 찾아나서기도 합니다. 새를 사랑한다면 ‘새바라기’입니다. 나비를 아낀다면 ‘나비바라기’입니다. 온누리에는 ‘고래바라기’에 ‘나무바라기’에 ‘풀바라기’에 ‘밥바라기’처럼 숱한 사랑길이 있어요. 사랑을 담아 바라보는 눈빛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새바라기 (새 + 바라기) : 새를 바라보는 일. 새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거나 지내거나 있는가를 가만히 보고 알려고 하는 일. (← 탐조探鳥)


ㅅㄴㄹ


새를 보는 일을

‘새보기’나 ‘새구경’처럼

나타내 보았는데

‘새바라기’란 말을

어제 아침에 불쑥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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