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그림책방 - 사람과 마음을 잇는 한 평 반 독립 서점 이야기
이시이 아야 지음, 고바야시 유키 그림, 강수연 옮김 / 이매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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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1.31.


책집지기를 읽다

5 일본 《무지개 그림책방》



  온누리에는 별빛처럼 숱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하루를 품으면서 살아갑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만큼 다 다른 책이 어울립니다. 푸른배움터에 다닐 무렵 동무들이 저한테 “넌 책을 많이 읽으니 우리가 뭘 읽어야 하는지 알려줘.” 하고 으레 물었고, 저는 동무마다 어떤 마음이고 생각이며 삶이며 집안이자 마을살이인가를 하나씩 헤아려서 다 다른 책을 짚어 주었습니다.


  다 다른 동무한테 다 다른 책을 짚어 주면 “야, 이건 처음 보는 책인데, 참말 이런 책 읽어도 돼?”라든지 “베스트셀러 읽으면 되지 않아?” 하고 되물어요. 이때마다 “얘야, 생각해 보렴. 베스트셀러가 네가 누구인지 아니? 네가 이름을 아는 사람이 너를 생각하면서 책을 썼겠니? 너한테 어울리고 네가 읽으면서 생각하고 마음을 갈고닦거나 다스릴 책은, 네가 아직 모르는 책이고, 네가 너 스스로 바라보도록 이끄는 책이야.” 하고 보태었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어울릴 책은 없습니다. 모든 책은 크든 작든 누구한테나 알려주거나 가르치거나 이끌 대목을 씨앗처럼 품되, 모든 책이 모든 사람한테 이바지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아요. 이 얼거리를 헤아리지 않으면서 ‘이름책·잘난책’을 섣불리 손에 쥔다면, 우리는 그만 ‘책빛’을 잃으면서 ‘책넋’이 사그라듭니다. 왜냐하면, 이름책이나 잘난책은 ‘스스로 삶을 바라보며 사랑하려는 사람’이 스스로 다르게 나아가려는 길을 가로막으면서 이름·돈·힘을 거머쥐거든요.


  일본 한켠에서 조그맣게 그림책집을 꾸리면서 스스로 책을 펴내는 길까지 나아간 이야기를 담은 《무지개 그림책방》입니다. 이름나거나 잘난 이야기는 한 줄조차 없는 책집지기 삶노래입니다.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하루를 짓는 길을 스스로 곁에 두는 그림책 몇 자락으로 나누는 웃음눈물을 들려주는 꾸러미예요.


  우리가 책을 읽으려 한다면, 우리는 ‘우리 눈길’로 바라볼 노릇입니다. ‘배운 틀(학교 지식·자격증·이론)’은 모조리 걷어내고서 그저 ‘우리 삶눈·살림눈·사랑눈·숲논’으로 마주할 노릇입니다. 삶을 가꾸는 살림을 지으며 사랑하는 꿈을 펼쳐서 나누는 책이 무척 많습니다만, 오늘날 책집을 그득 채운 숱한 책은 이와 딴판으로 장사꾼입니다. 장사꾼 책이라고 해서 나쁘지 않아요. 장사꾼 책일수록 외려 배울거리가 많습니다. ‘학습도서 = 장사꾼 책’입니다. 미끼로 배울거리를 슬쩍 띄워 놓고서 사람들이 덥석 물기를 기다리면서 돈을 벌고 이름을 얻고 힘을 키워요.


  ‘아름책·사랑책·삶책·살림책·숲책’은 누구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미끼를 안 놓습니다. 아름답게 삶을 사랑하는 살림을 숲빛으로 들려줄 책이 뭣 하러 미끼를 놓을까요? 오직 사랑만 들려줄 뿐입니다. 아름책이나 사랑책일수록 수수합니다. 삶책이나 살림책일수록 투박해요. 숲책은 번쩍거리려 하지 않습니다. 겉에 책날개를 붙일수록 장사꾼이란 뜻인데, 우리는 이 대목을 얼마나 읽을까요? 책을 책으로 마주하는 손길을 속삭이는 《무지개 그림책방》 같은 책을 우리가 스스로 알아보고 사랑할 줄 안다면, 우리는 ‘전문가 추천도서’를 싹 잊고 우리 눈으로 모든 책을 새롭게 읽어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무지개 그림책방》(이시이 아야 글·고바야시 유키 그림/강수연 옮김, 이매진, 2020.1.10.)



“그림책을 만드는 데 들인 만큼의 시간과 노력, 열정을 그림책을 파는 데도 들였으면 해요.” (69쪽)


무지개 그림책방이 작업하는 방식이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그림책을 짓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 ‘이 사람하고 함께하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거야’라고 직감하고 시작한다는 점은 오리지널 그림책도 패밀리 그림책도 마찬가지예요. (89쪽)


그 그림책은 그 사람을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책방을 떠나요. 그림책에는 팔리는 때나 임자를 만나는 때가 있어서, 진열된 지 얼마나 됐는지만 다를 뿐, 언젠가는 반드시 팔립니다. (188쪽)


#いしいあや #小林由季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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